(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신흥국 증시로 전 세계 자금이 쏠리면서 자산거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고 있는 아시아지역 증시의 활황은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연상케 한다며 증시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전 세계 자금이 신흥국의 통화와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7월 1일 이후 3개월여 동안 인도네시아의 주가는 23.7% 급등했으며 중국(10.7%)ㆍ인도(16.1%)ㆍ러시아(17.8%)ㆍ브라질(15.7%) 증시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 버블 문제가 계속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 금융기업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4일 발표한 '신흥시장 자금 유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에 대한 순유입 자금은 825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한 해 순유입액이 5810억 달러인 데 비해 42%나 늘어난 액수다.
전 세계 투자은행도 잇따라 신흥국에 대한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신흥시장 자산 규모를 지난해 14조 달러에서 2030년에는 80조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전체 자산 대비 신흥시장 자산 비중을 현재 31%에서 55%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에 투자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경영학 교수팀은 최근 1990년 이후 17개국 주식시장의 통계자료를 분석해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수익률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는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식시장이 한 국가의 경제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일례로 1900년대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전반적인 사회기반산업의 발달에도 유독 철도주만 강세를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증시 자금이 한 곳으로 쏠리면서 전반적인 경제 역량이 향상되는 듯 보이는 착시현상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1999년 직전 아시아지역 투자자들은 선진국에 투자한 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올렸지만 외환위기로 결국 더 큰 손실을 입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저금리로 풀린 돈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특히 신흥시장의 자산 가격 거품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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