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해림 기자) 6회 1사 1루 풀카운트. 1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투수의 손에 집중하고 있던 타자가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안타를 터뜨리고 1루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투수 앞에 공이 떨어지는 바람에 병살타로 쓰리아웃 공수교대되고 만다.
야구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인 요즘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병살타가 나오면 수비측에서는 투구수를 줄이면서 투아웃을 만들 수 있는 반면 공격측에서는 이미 진출한 주자까지 아웃되는 허탈한 상황이 된다.
코스피 연일 최고치 경신으로 국내 코스닥 공모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강소기업은 지금 '실적'이 1루에 진출한 상황에서 투구를 기다리고 있는 타자로 비유될 수 있다. 이번 타석에서 성공적으로 안타를 친다면 1루타건 2루타건 '증시 무사 정착'이라는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고, 쳐낸 '투자자 관심' 공이 자칫 유격수나 투수 앞에 떨어져 병살타로 이어지면 1루에 진출한 '실적'마저 한순간에 저평가되고 만다. 홈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공모가가 적정하게 정해져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면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문제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강소기업들이 '병살타'의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한 강소기업 사장은 "공모가가 다른 기업 공모가보다 낮게 잡혀 주가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대표이사는 "공모가가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장 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홈'으로 들어오기 위해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가와는 무관하던 과거와 달리 수많은 자료가 공개적으로 노출되고, 코스닥이 본격 반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 증시에 입성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을지, 주가가 꾸준한 오름세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방망이를 돌리기도 전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병살타가 아니라 홈런을 칠 수도 있는 것이고, 설사 병살타를 쳐 쓰리아웃이 된다 하더라도 지금 잠깐일 뿐이다. 낮은 공모가로 울상짓던 기업의 주가가 일정 폭을 유지하면서 오름세를 보이기도 하고, 공모가가 높게 책정돼 상장하자마자 하한가 행진을 달리던 기업들이 다시 반등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적과 전망이 우수하고 투자자들에 대한 기업설명회(IR)가 충분히 이뤄졌다면 이제 주가보다는 장기적 성과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진정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은 당장의 주가보다는 실적과 외부 평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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