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라치' 활개쳐도 대책없는 정부

2010-08-1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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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아파라치(아파트+파파라치)'가 활개를 치면서(본지 18일자 1·5면 보도) 건설사와 아파트 계약자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책당국이나 분쟁 해결의 주체인 법원은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18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8월 현재 진행중인 하자관련 이행청구 소송은 전국적으로 220여개 건설사를 상대로 660여건에 이르고, 이행청구금액만도 47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3년 60건에 불과하던 주택 하자관련 소송은 2006년 101건으로 증가하더니 매년 급증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2003년의 5배에 가까운 290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3월까지만 75건에 이른다.  

실제로 최근 경북 포항·경주·대구지역에서는 건설사로부터 거액을 받아주겠다고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접근해 수백건의 악성 소송을 남발하던 하자진단업체가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손해배상금 청구나 분양가 할인, 넉넉한 합의금 확보 등 금전적인 이익을 노린 아파라치들이 전국적으로 활개를 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입법부, 법원 등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악성 하자분쟁으로 인한 소송비용 등 사회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3월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운영실적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조정위원회의 분쟁 조정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할 사무국도 오는 10월에야 한국시설안전공단 내에 설치·운영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된 건수는 총 6건으로 이중 4건만 조정에 성공하고 나머지 2건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현재의 하자분쟁조정제도로는 하자분쟁 해결의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감정인에 의존하고 있는 하자판정을 공공기관으로 대체해 공신력을 높이고 조정 결과가 구속력있는 법적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분쟁 해결의 주체인 법원도 주택산업의 특성 및 하자 등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해 소송만능주의를 앞세운 아파라치들을 제대로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건설사는 복잡한 사법구조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아파라치들과 입주자의 감정적인 태도에 사실상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법무팀 관계자는 "최근 하자보수 컨설팅업체들이 소송 비용을 부담한 뒤 승소 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자보수비 청구소송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사실상 건설사는 약자일 수밖에 없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산연 두 실장은 지난 4월 발표한 '공동주택관련 하자분쟁 제도개선 및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건설사와 입주자 모두에게 정신·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악성 하자보수 소송이 최근 몇 년새 빠르게 늘고 있다"며 "하자의 구체적 기준 마련 및 하자판정의 공신력 확보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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