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주가' 딜레마에 빠졌다.
민영화에 따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자칫 주가가 급등할 경우 잠재적 인수자의 부담이 커져 민영화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우리금융의 주가는 1만4350원. 상반기 중 1만8300원까지 올랐던 적도 있지만 민영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 대한 실망감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들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향후 주가 전망도 비관적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2분기에만 1조16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지만 3분기 실적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분기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우리금융의 상황은 좀 다르다"며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데다 추가적인 PF 대출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 실적 개선은 요원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도 "우리금융이 정상 수준의 이익을 시현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기존 'Buy(매수)'에서 'Marketperform(유지)'으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금융 주가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예금보험공사를 비롯한 정부 측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 12조7700억원 중 5조300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예보가 지분 매각을 통해 7조5000억원 정도를 받아야 원금이라도 찾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7%의 시가총액은 6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예보 관계자는 "주가가 조금 오르고 지분 매각시 경영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원금 정도는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실적 악화가 이어져 주가가 더 떨어지면 정말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주가가 너무 오르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우리금융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금융지주로 현재 2조~2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 보유 지분 중 절반 정도만 인수하려고 해도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주가가 오르면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도 시장에서 쉽게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김 연구위원은 "KB금융이 인수합병을 위해 마련해 둔 6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언제까지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라며 "현재 내실경영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도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하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에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과 주가가 동반 악화되고 있는데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어차피 인수합병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인수 자금을 최대한 줄이는 게 급선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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