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없다. 일분 일초를 아껴라” 여야후보 선거운동기
(아주경제 현장특별취재팀) 15∼16일. 오랜만에 맑은 날씨를 맞아 6.2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서울을 비롯, 인천, 대전 등 주요 격전지가 선거열기로 불타올랐다. 공식후보등록 이후 첫 주말을 맞아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여야가 본격적인 득표전에 돌입해서다. 일분 일초를 아끼며 지역구 곳곳을 누빈 여야 후보들을 본지가 밀착 취재했다.
◆오세훈-한명숙 ‘봉축법회’ ‘축구평가전’서 맞장
최대 격전지 서울의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16일 마주쳤다. 두 후보는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동국대학교 봉축 법회와 월드컵 경기에서 열린 ‘월드컵 대표 평가전’을 관람하는 자리에서 맞닥뜨렸다.
두 후보는 오차의 범위내 접전을 벌이는 만큼 간단한 인사만 나눈 후 시선은 내내 다른 곳을 바라봤다. 양진영의 ‘불심잡기’와 ‘스포츠 민심 잡기’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앞서 오 후보는 건국대학교 행정관 앞 잔디밭에서 대학생 30명과 둘러 앉아 천년들의 꿈과 바람을 듣고 자신이 구상 중인 청년정책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가 실무능력∙경험을 인증하는 ‘청년 경력관리제’를 도입하겠다”며 “대학가 인근에 월 임대료 12만원 이하의 소형 주택 ‘Youth Housing’(학생복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중무선랜(Wi-Fi)를 서울시내 전역으로 단계적으로 확충, 대학생․청년 등이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모(23세)씨는 “등록금이 매년 치솟는 상황에서 저렴한 소형주택 마련은 눈길을 끄는 공약”이라며 “오 후보는 ‘클린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데 선심성 공약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맞서 친환경 행보를 이어갔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동작대교 남단 ‘플로팅 아일랜드’ 공사 현장을 방문, ‘생명이 흐르는 한강’ 정책 발표를 통해 “한강 본류와 4대 지천의 수질 악화를 개선하는데 더 집중하고 한강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서울시가 추진중인‘한강운하’사업을 페기하고 한강 수질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신곡보’도 철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부 박모(36세)씨는 “인위적인 댐을 세워 자연생태계를 왜곡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태형 하천이 많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효 ‘천주교’…염홍철 ‘기독교’ 종교잡기
이날 대전도 선거열기로 한층 달아올랐다.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는 천주교 대전교규 체육대회에 참석, ‘성당표심’을 적극 공략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박 후보이지만 신부들을 상대로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명함을 돌렸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시청에서 열린 한국 포클라레 운동(천주교 공동체 복음 운동)본부 워크숍에 참석했다. 박 후보 측은 “우리는 천주교의 공동체 운동이나 왕성한 사회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종교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할 준비를 갖춘 상태”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장 탈환에 나선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는 기독교 표심을 노렸다. 대전 중구 교회 등을 방문 예배를 올리고 주민들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오후 3시께 유성구로 넘어간 염 후보는 주변 상가를 돌면서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염 후보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시를 만들어 먹거리와 일거리를 창출하겠다”고 역설했다.
◆안상수 ‘휴일나들이 표심 공략’…송영길 ‘산행으로 역전 확신’
15일 인천시장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는 가정의날 기념식이 열린 인천대공원을 찾아 휴일 나들이객을 상대로 표심 잡기에 나섰다.
안 후보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의 날, 부부의 날 등 온갖 기념일로 풍성한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라며 “우리 모두의 꿈인 ‘가정의 행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40대에 대기업 CEO에 올랐다”며 “서민의 아픔을 체험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와 경험을 갖춘 전문 경영인 출신이 제가 적임자”라고 인간적 호소를 거듭했다.
안 후보는 쉴 틈도 없이 이곳저곳을 누볐다. 오전 해승유치원 봄나들이 행사를 시작으로, 신한은행 인천직원 자원봉사활동, 지역기업인 체육회대, 문한경기장에서 열린 이웃사랑 그림그리기 대회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에는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이 열린 종합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안 시장은 부평역 인근에서 ‘왜 3선에 도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시아 경기 성공개최, 경제자유구역 2단계 사업 등 펼쳐놓은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12년이라는 기간 동안 한 자리를 유지하면서 인천시가 시도한 변화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는 부평구 청천동의 원적산에 올라 산행에 나선 시민들에게 지방권력 교체를 역설했다. 송 후보는 “인천의 제조업을 살리고 교육재정을 확보해 인천을 웰빙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한표를 호소했다.
산행에 나선 한 주민은 “청천동은 특히 개발소외지역”이라며 “인근의 GM 대우 사태가 벌어지면서 더욱 힘들어졌다. 송 후보가 당선돼 지역경제를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행을 마친 송 후보는 대건신협 임시총회, 가좌동 자동차매매센터 개업식, 인천기계공고 동창회 체육대회 등 쉴 틈 없는 오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후 주변상가를 돌면서 밑반찬거리를 사든 송 후보에게 ‘역전승할 자신이 있나’라고 묻자 “안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7%포인트에서 최근 1.9%포인트로 좁혀졌다”며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