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인하하면서 지난달 은행 수신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2월 넉 달 만에 상승했던 시중 통화량 증가율도 은행의 기업대출 등 민간 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 은행 수신 16조2000억 급감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수신은 3월말 현재 1024조원으로 전달보다 16조2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월중 감소폭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은행 수신은 1월 15조7000억원 증가하고 2월 16조9000억원 늘어났지만, 3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정기예금 금리 인하에 따른 정기예금의 증가세 둔화와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의 감소세, 법인세 납부에 따른 수시입출식예금의 급감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정기예금은 4조원 증가하면서, 1월의 23조1000억원이나 2월의 14조8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8조3000억원 감소했고 CD는 9조6000억원 줄었다.
은행에서 빠진 자금이 증권업계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옮겨가면서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날 기미다.
지난달 말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342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1000억원 늘었다.
정기예금 금리 하락으로 상대적으로 금리 경쟁력이 높아진 MMF와 채권형 펀드는 법인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각각 7조4000억원과 1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1~2월 정기예금 금리 인하와 법인세 등 일시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은행 수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자산운용사와 우체국예금 등의 수신이 증가했지만 지속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409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석 달 만에 증가했다.
대출금리 하락과 입주·분양 물량 증가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1조7000억원 증가하면서 증가폭은 전월보다 1조원 확대됐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여타대출은 은행의 우량고객에 대한 신용대출 확대 노력과 설 연휴 카드이용 대금 결제 등으로 3000억원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업대출은 514조3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월 2조9000억원보다 축소됐다.
중소기업대출은 우량기업의 자금수요 감소와 전월 말 휴일에 따른 대출 상환 이연, 분기 말 부실채권 정리 요인 등으로 7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기업대출도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 등으로 전월의 1조4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줄었다.
◆ 시중 통화량 증가율 하락 전망
한은은 광의통화(M2)의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이 평잔 기준으로 지난달 8%대를 기록하면서 전월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입이 확대됐지만, 은행대출 등 민간신용의 증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까지 포함하면 시중 통화량은 9%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8일 한은이 발표한 '2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CMA를 포함한 M2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10.5%에서 11월 9.7%, 12월 9.3%, 올해 1월 9.3%를 기록하다가 2월 들어 9.4%로 높아졌다.,
이는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ㆍ적금 평잔이 16조500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M2 가운데 단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협의통화(M1)는 지난 2월 15.9%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만에 증가율이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설 명절과 소득공제 환급 시기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현금통화와 수시입출식 예금이 많이 증가한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M2와 만기 2년 이상 금융상품, 생명보험 계약준비금, 증권금융 예수금 등이 포함된 금융기관 유동성(Lfㆍ평잔) 증가율은 8.6%를 기록해 지난해 2월(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Lf에 국채, 지방채,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포함한 총유동성(Lㆍ말잔)은 10.2% 늘어 2개월째 증가폭이 축소됐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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