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충현 기자)
IT서비스 업계의 출혈경쟁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사를 서로 비방하고 흠집내는 것 뿐만 아니라 업체 간 법정공방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불공정 거래 행위로 당국의 제재를 받는 등 최근 IT서비스 업계는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최근 SK C&C와 쌍용정보통신의 공방도 출혈경쟁 사례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달 여수 엑스포 정보 시스템 사업에 SK C&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저가 덤핑 수주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겉으로는 상생을 얘기하는 대기업이 사실은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SK C&C는 이에 맞서 “공정한 사업 수주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경쟁사를 무조건 발목잡고 보자는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이들 업체는 내년 1월 카자흐스탄에서 개최 예정인 동계 아시안 게임 통합정보시스템 사업 수주에서도 대립했다.
쌍용정보통신은 SK C&C가 이 사업 수주를 위해 자사의 과거 스포츠 분야 시스템통합(SI) 부문 기술 제안서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 C&C는 사실을 왜곡해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쌍용정보통신이 SK C&C를 검찰에 형사고소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법정공방까지 간 상태다.
최근에는 LG CNS의 입찰담합 행위가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LG CNS는 지난해 서울시가 발주한 ‘주요도로 교통관리시스템 설치공사’의 입찰에 참가해 낙찰을 받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업 수주를 GS네오텍이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해 LG CNS가 낙찰받았다고 입찰담합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지난 4일 LG CNS와 GS네오텍에 각각 17억1600만원과 8억5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같은 IT서비스 업계의 행태는 관련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포화된 시장 상황에서 기술평가보다 가격 위주의 입찰 관행이 IT서비스 업체들을 출혈경쟁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몇 년째 성장이 정체된 상태로 업체들은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 타파를 위해선 우선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정체된 시장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IT산업 생태계 조성 노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업체간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희석될 수밖에 없다. 출혈경쟁은 국내 IT서비스 산업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해외 시장 확대는 그만큼 더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산업 분야든지 업체 간 경쟁은 사업과 기술의 발전을 이끈다. 이것이 결국 시장 규모 확대 역할을 한다는 점은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과도한 출혈경쟁이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관련 산업의 정체까지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IT서비스 산업과 시장이 위기라면, 출혈경쟁이 위기의 해결책일 수는 없다. 지금은 산업 규모를 더욱 키우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동반성장을 위해 협력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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