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 상품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헛구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수익률 악화로 변액보험 실적이 급감하는 홍역을 치렀지만 여전히 저축성 상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9 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수입보험료 기준 생보업계의 보장성 상품 비중은 56.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하락했다. 반면 저축성 상품 비중은 40.7%에서 43.6%로 늘었다.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업계 상위 3개사는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60% 이상을 유지했다. 삼성생명이 64% 수준이었으며,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66%와 62% 가량을 기록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저축성 상품 실적이 감소하고 민원이 급증하면서 고생을 했다"며 "지난해에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보장자산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한 결과 보장성 상품 비중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중소형 생보사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흥국 미래에셋 동양생명 등은 보장성 상품 비중이 전년 대비 5% 가량 하락했으며, 신한생명은 9% 이상 감소했다.
이들 중소형사는 판매채널 다변화 차원에서 방카슈랑스와 텔레마케팅(TM), 홈쇼핑 등을 통한 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상품 설명부터 가입까지 진행하다보니 상품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저축성 상품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증시 안정으로 변액유니버셜 보험 등 고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을 위해 우선 팔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고객과 한번 접촉해 보장성 상품을 팔기는 쉽지 않다"며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약관 등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카슈랑스와 같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담원이 단시간 내에 보험을 팔기 위해서는 재테크 기능을 갖춘 저축성 보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저축성 상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 및 불완전판매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저축성 상품 비중을 늘리려면 수익률 경쟁이 불가피해 보험사 간의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미흡한 상품 설명에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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