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증시 견인차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주 닷새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6,400억 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주간 단위로는 올해 최대 규모다.
이처럼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올 6월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설(rumor)에 불과하고, 설령 편입된다 해도 외국인 추가 자금유입액 추정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MSCI Index 추종 자금에 대한 컨센서스는 3조 5천 억 달러~12조 달러로 방대해서 국내증시로의 외국인 자금유입 효과 역시 산정이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는 현실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글로벌 금리 공조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저금리 기조 유지를 확인시켜 주었고, 일본은행(BoJ)은 양적완화(단기 대출 프로그램) 규모를 기존의 10조 엔에서 20조 엔으로 두 배 늘린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관리보다 성장세 유지를 중시하는 신임 한국은행 총재 임명이 기준금리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주었다.
다음으로 외국인의 바이 아시아(Buy Asia)다. 대외 리스크 해소 → 위험선호 재개 → 외국인의 아시아 신흥국 증시 동반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5년초를 기점으로 5년 간 외국인의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의 누적 순매수와 한국 증시에서의 누적 순매수는 대체로 같은 궤적을 그려왔다. 하지만 올해 1~2월 그리스발 재정 위기 국면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는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선 우하향, 한국 증시에선 평행으로 방향성을 달리 했다. 이는 한국 증시에 대해선 매수하거나 매도하더라도 그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기회복, 기업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외국인이 아시아 신흥국 시장 전체를 담는다는 점에서 본다면 향후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수세 지속 가능성을 낮추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IT 섹터 모멘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진 곳은 한국과 대만입니다.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 10억 9천 만 달러, 한국 증시에선 15억 4천 만 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IT업종 비중이 한국은 22.3%, 대만은 60%로 크다는 것이다. 반도체 등 주요 IT 부품 공급 부족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이들 한국과 대만 증시로 외국인 매기가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델ㆍ아수스ㆍ소니 등 완성 PC업체들은 최근 대만 반도체 시장에서 장기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반도체 가격(DDR2)은 지난 주에만 10.6% 급등했다. 5월 중국 노동절, 6월 월드컵 등 이벤트를 겨냥해 수요에 대비한 출하 증가가 시작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반도체 가격 강세가 다음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국내 IT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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