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문이 다시 열리나 했더니, 조금 열리던 빗장문까지 다시 굳게 닫혀 버렸습니다. 성원건설 D등급 판정 이후 금융권들이 대출문을 무조건 틀어막고 있어요."
소문으로만 떠돌던 건설사 연쇄부도설이 지난 8일 성원건설이 퇴출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권이 PF대출을 사실상 막고 있어 건설사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올 봄 수도권에 아파트 분양을 준비중이 A사. 이 회사는 작년 자금난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조직 몸집줄이기로 회사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자 올 초 채권은행으로부터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서주기로 약속을 받았었다.
하지만 최근 은행의 태도가 달라졌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좀 더 지켜보자며 연초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사 자금담당 임원은 "그 사업이 제대로 추진돼야 회사도 안정 단계에 들어서고 직원들도 힘이 날 텐데 은행들이 자금줄을 막고 있으니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주단 가입사인 B사의 경우 금융권이 대출만기를 조금씩 유예해주더니 최근에는 자금압박이 심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달 대출 만기가 돌아오지만 며칠씩은 시간을 더 주곤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은행들의 독촉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견건설사뿐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몇몇 건설사의 부도로 한차례 놀란가슴을 쓸어내렸던 금융권은 최근 건설업 상황이 다시 나빠지자 관련 대출을 모두 중단하는 분위기다.
대형건설사인 C사도 PF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신용은 A등급이지만 금융권들이 시장상황을 우려해 대출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로서는 경영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된 셈이다. 지난해는 대주단을 통해 대출만기 유예, 건설사 지원 등의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현재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가을 주택 대출규제 확대 이후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공공부문의 저가 수주경쟁이 심화되고 해외사업 확대로 인한 자금압박이 거세다.
더구나 당장 다음달 채권 금융기관이 신용위험평가에 따라 건설사들의 '옥석'을 다시 가릴 예정이어서 중견·중소 건설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박사는 "정부와 금융권의 건설업계 옭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잘못을 건설사들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선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택금융규제 등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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