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금융분쟁 발생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건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농협, 키움증권, PCA생명, 흥국화재 등이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금융분쟁 건수는 2만8988건으로 전년 대비 37.9% 증가했다. 은행·중소서민금융은 전년보다 소폭(7.2%) 증가했지만 금융투자(61.0%)와 보험(46.9%)은 크게 늘어났다.
발생건수가 가장 많은 권역은 보험이었다.
생명보험이 1만1193건(38.6%)로 가장 많았으며, 손해보험도 1만349건(35.7%)으로 보험 관련 분쟁건수가 전체의 74%에 달했다. 은행·중소서민금융이 5574건(19.2%), 금융투자는 1872건(6.5%)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펀드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펀드 관련 분쟁이 크게 늘었다"며 "보험의 경우 경기침체로 생계형 해약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보험모집 관련 분쟁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농협(112.6%)과 기업은행(54.3%), SC제일은행(42.2%) 등의 증가폭이 컸다. 증권의 경우 키움증권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전산장애 관련 분쟁이 증가하면서 무려 1724%의 증가폭을 기록했으며 하나대투증권(107.1%)과 현대증권(100.0%)도 분쟁 건수가 급증했다.
생명보험은 PCA생명(203.1%), 메트라이프생명(105.2%), 미래에셋생명(94.2%)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손해보험은 흥국화재(124.1%), 롯데손해보험(95.1%), 메리츠화재(60.9%), 동부화재(58.5%)의 증가폭이 컸다.
영업규모를 고려한 고객 100만명당 분쟁 발생건수는 우리은행이 80건으로 가장 많았고, SC제일은행과 경남은행이 49건으로 뒤를 이었다.
활동계좌 100만건당 건수는 키움증권이 409건, 하나대투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243건과 121건이었다.
보유계약 100만건당 건수의 경우 생보사 중에는 PCA생명이 618건으로 압도적이었으며, 손보사 중에는 그린손보(405건)와 ACE화재(286건), 흥국화재(282건) 등이 많았다.
한편 지난해 금감원에서 처리된 금융분쟁은 3만74건으로 전년보다 62.6% 늘어났다.
반면 금감원에 신청한 분쟁의 해결 정도를 나타내는 수용률은 44.7%로 전년 대비 5.5%포인트 하락했다. 접수된 분쟁 중 절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은행·중소서민금융의 수용률은 3.5%포인트 증가했지만, 금융투자와 보험은 각각 7.9%포인트와 7.5%포인트 떨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관련 분쟁은 주가가 상승하면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 관련 분쟁은 해약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아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은 분기별 분쟁 발생 현황은 물론 관련 소송 현황 등도 공표하기로 했다. 또 분쟁 발생이 급증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진 면담을 추진하고 관련 부서와 협조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위법·부당한 사실을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불완전판매 등으로 3회 이상 분쟁을 유발한 보험설계사와 펀드판매인력은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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