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다사랑한방병원이 입원 및 내원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주 후 복통을 경험한 환자가 88.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45.2%는 위염과 위궤양 진단을, 17.3%는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대한소화기학회에 발표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췌장염 환자를 조사한 결과 72%가 알코올이 원인이었다.
다사랑병원/다사랑한방병원 전용준 원장은 "음주로 인해 속쓰림, 구토, 헛구역질, 복통 등 다양한 속병을 앓는 사람이 많다"며 "증상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음주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음주로 인한 복통의 원인과 올바른 음주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알코올은 식도를 통과해 위로 들어가 위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위 세포를 자극되면 위산이 분비돼 위산과다가 되고 이로 인해 위통이나 소화불량이 생긴다. 또 같이 먹는 음식에 따라서도 복통이 생길 수도 있다.
술 마신 후 속쓰림,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위에 들어간 알코올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는 현상 때문에 나타난다. 구역질과 함께 창백한 얼굴, 군침, 발한, 현기증, 두통 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혈압이 낮아지거나 맥박이 천천히 뛰는 경우도 있다. 주로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과음을 했을 경우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평소 위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음주를 삼가야 한다.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빈 속에 음주하는 것은 치명적이므로 절대 금물이다. 또 증상이 경미한 경우는 도수가 낮은 술 한두잔은 괜찮다. 하지만 만성 위장질환인 경우에는 도수가 높은 술은 위장을 자극해 앞에서 말한 속쓰림, 구토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은 위장질환이 없는데 이 같은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위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매년 약 500만명이 위염과 십이지장궤염으로, 약 200만명은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08년)
평소 장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소장의 알코올 흡수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술은 15도 미만의 순한 술을 마신다. 매실주는 소화 흡수에 좋고 알코올 도수도 낮아 좋다. 음주도 하루 3잔(여성 2잔)을 넘지 않도록 하며 일주일 동안 15잔 이하로 음주하는 것이 건전음주이다. 물론 술 마신 다음날은 꼭 금주해서 위를 쉬게 해줘야 한다.
평소 위가 약해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은 빈속에 음주를 삼가고 추천주종으로는 위를 든든하게 하는 산사주나 뽕나무열매주를 마신다. 안주는 밀가루 음식이나 산이 많은 과일, 맵고 짠 음식을 피하고 위궤양, 장출혈 등 소화기 계통에 좋은 게, 무우, 붕어 등을 곁들이면 좋다.
흔히 음주 속쓰림을 덜기 위해 우유를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산을 중화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우유의 칼슘이 다시 위산을 분비시켜 오히려 속 쓰림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췌장이 원인인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속적으로 음주를 했을 경우 견딜 수 없는 복통을 일으키는데 대부분 췌장염 때문이다. 만성 췌장염의 경우는 70~80%가 알코올이 원인이다. 보고에 의하면 급성 췌장염 환자의 58.7%는 5년 이상 평균적으로 하루에 소주 3잔 정도를 마셔왔던 음주자였다.
췌장염의 주요 원인은 바로 음주다. 췌장염이 생기면 심한 복통을 동반한다. 심한 복통이 지속되며 인슐린 분비 능력이 부족해 당뇨병이 발생할 수도 있고, 소화효소가 부족해 흡수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급성 췌장염을 진단받으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절대적으로 금주해야 한다. 술을 끊으면 통증은 완화된다. 술을 피하고 채소나 비타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 먹은 다음날 주기적으로 복통이 일어난다면 위장, 췌장 등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일시적인 복통일 경우에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산제나 위 점막 보호제 등이 도움이 된다. 식사는 전복죽이나, 미음 등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장을 달랜 뒤 증상이 좋아지면 진밥과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위장질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속쓰림, 구토가 나타나는 경우 과음을 했거나 안주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명절 기간 중 먹다 남은 육류나 기름을 사용한 튀김류와 함께 술을 마실 경우 여차하면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되는 시간이 길고 산성이라서 음식이 소화될 때 몸 속에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게 되어 소화를 방해한다.
육류 안주의 경우 고열량, 고지방 식품으로 술과 함께 먹으면 우리 몸이 알코올을 해독하느라 지쳐서 육류는 소화가 잘 안 되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양도 문제가 된다.
알코올은 위에서 독소를 뿜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들어내는데 과음을 하면 다음날 아세트알데히드가 분해되지 않아 아침에 복통을 동반한 두통, 설사가 생기는 것이다.
흔히 설사에 금식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탈수현상을 막기 위해 수분과 전해질을 필요한 만큼 보충해주어야 한다. 이 때는 전해질 용액(물1리터 당 소금3~5g과 설탕 30~50g)을 만들어 마시는 것이 좋다.
설사가 나면 양방에서는 장을 안정시키는 약을 사용하거나 지사제 등을 처방한다. 한방에서는 술로 인한 설사를 주설(酒泄)이라고 한다. 술이 열 기운(火)과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마실 경우 위에 염증이나 궤양을 일으키고, 대장에도 염증을 일으켜 설사를 유발한다고 본다. 복통 및 설사를 멎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피, 후박, 감초 등을 쓴 한약(평위산)을 써 치료한다.
아주경제= 최용선 기자 cys4677@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