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심판…다 잡았던 금 놓쳤다

한국 쇼트트랙의 억울한 판정 악몽이 8년 만에 되살아났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3000ｍ 계주 결승에서 1위로 골인했지만,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인해 다잡았던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올림픽에서 실격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것은 2002년 솔크레이크시티대회 김동성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김동성은 남자 1500ｍ 결승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격 판정을 받아 금메달을 놓쳤다.

김동성의 경우는 명백한 오심이었지만 이번 사건은 신체 접촉이 있어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5바퀴를 남기고 중국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던 한국은 앞서가던 김민정(전북도청)이 코너를 돌다 오른쪽 팔이 뒤따르던 선린린(중국) 얼굴에 부딪혔다.결승선을 1위로 통과한 한국선수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심판진들은 논의 끝에 김민정이 고의로 밀쳤다며 '임페딩(impeding)'으로 판정해 한국의 실격을 선언했다.그러나 한국의 실격은 억울한 점이 많다. 보기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을 해도 보는 각도에 따라 자연스런 주행 동작으로 부딪힌 것인지, 고의적인 반칙인지 정확하게 가려내기 쉽지 않다. 국내 전문가들도 “방송화면상으로 김민정이 고의로 밀쳤다고 볼만한 특별한 동작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실격 판정을 내린 심판이 8년 전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 사건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이었던 제임스 휴이시(호주) 심판이라는 점이다.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한국과 악연이 있는 심판을 왜 또 결승전에 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 했다.

여자대표팀 최광복 코치도 "주심이 김동성 사건 당시 같은 인물이라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지만 경기 도중에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설명한 뒤 "(반칙을) 줄 수 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이지만 판정이 나고 나면 어필하거나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아쉬워했다.

실망한 대표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현재로선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제빙상연맹(ISU)은 항의나 제소할 수 있는 규정을 아예 삭제해 어떤 이의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윤용환 기자happyyh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