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코리아 "엔지니어링 시대가 왔다"

2010-02-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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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사 출신 CEO에 중용에다 전문 엔지니어 속속 경영일선에

   
 
엔지니어링사 출신이나 정통 엔지니어 출신 건설사 사장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김윤 대림산업 해외플랜트부문 사장, 최광철 SK건설 플랜트담당 사장.

국내 건설산업에 엔지니어링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최근 엔지니어링사 출신 CEO(최고경영자)가 잇달아 종합건설사의 수장에 속속 중용되고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가의 CEO와 임원 승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엔지니어링사 출신 CEO는 취임하자 마자 글로벌 해외경영을 앞다퉈 강조, 지구촌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해 선봉에서 진두지휘 중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현재의 모기업인 각 건설사들에 흡수·합병됐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SK건설 등 주요 건설사의 CEO자리에 엔지니어링 출신 인사나 엔지니어링 업계를 경험한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가장 먼저 물꼬를 튼 곳은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3월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이었으나 지난 2007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일시 물러났다.

하지만 해외 플랜트 시장의 급속한 성장을 바탕으로 회사의 매출과 수주액을 2년 만에 3배로 끌어올렸다. 이때의 성과를 인정 받아 마침내 현대건설 사장에 오를 수 있었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도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의 연평균 수주 증가율을 56.4%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해외 수주는 93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 수주의 18%에 이르렀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다. 지난달 2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열린 삼성물산의 전략영업회의 과정을 화상을 통해 전직원과 공유한 것.

삼성물산의 한 임원은 "기존에 1주일 정도 걸리던 전략영업회의 준비가 이번에는 1달 이상으로 길어졌다"며 "그 내용도 모니터를 통해 전 직원에게 공개되니 압박감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현대·삼성·대림·SK, 엔지니어링에서 미래를 본다  
대림산업도 지난 23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해외플랜트부문 사장 자리를 신설하고 김윤 부사장을 신설 부문의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윤 신임 사장은 지난 1975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후 대림엔지니어링 플랜트사업본부 이사를 거쳐 대림산업 플랜트기술본부 전무,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역임한 플랜트 '통(通)'이다.

최광철 SK건설 플랜트담당 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토목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세계 최고 건설사 중 하나인 미국 벡텔사에서 근무하며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08년 SK건설 기술부문장을 거쳐 현재 플랜트담당 사장으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GS건설은 이미 지난 2008년 12월 정기인사에서 플랜트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랜트 총괄을 신설하며 해외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 진출에 노력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목표였던 38억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67억 달러 수주를 달성하기도 했다. 

고부가 플랜트시장이 확대되면서 건설 출신의 엔지니어링사 CEO도 주목받고 있다.지난 2008년 4월 포스코 그룹 계열로 편입된 대우엔지니어링의 조용경 부회장은 포스코건설 국내영업실과 투자사업실 담당 부사장을 거쳤으며 지난 2004년부터는 송도사업본부 총괄 부사장을 맡은 인물이다.

◆ '블루오션' 해외플랜트과 함께 뜬다   
엔지니어링 출신 CEO나 임원들이 최근 몇 년간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해외 플랜트 시장의 급속한 팽창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건설사들이 기록한 491억 달러의 해외 수주 실적 중 73%에 해당하는 357억 달러가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08년의 57%보다 16%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수주한 아랍에미리트연합 (UAE) 원자력 발전 공사처럼 우리나라가 진출 가능한 세계 원전 시장도 향후 20년간 26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초일류기업 앞다퉈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1월 '비전 2015 선포식'을 가졌다. 오는 2015년 글로벌 상위 20대 건설사가 목표다. 김중겸 사장은 선포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야 한다”며 "비전 2015는 최종목표가 아니라 지속성장으로 가는 먼 여정의 이정표일 뿐이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임직원에게 비전 북(Vision Book)을 배포,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도록 했다.

정연주 삼성건설 사장은 지난 1월 올해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세계 초일류 종합건설사 도약의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해외경영을 통해 초일류 건설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게 정 사장의 구상이다.

정사장은 올해 초일류기업의 로드맵을 완성하기 위해 사업부별 R&R(Role and Responsibilities)를 부여,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와 고객중심 마켓팅역량 확보, 미래 성장 인프라 구축에 주력 중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출신의 건설인의 위상이 확대되고 활동영역도 커지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서는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도 있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벡텔이나 플로어 등 선진 외국기업은 엔지니어출신 전문 CEO가 전방위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사 출신 건설사 CEO는 영업 뿐만 아니라 현장과 기술에 전문성을 가진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xixilif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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