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보다 경기 회복을 보자

2010-02-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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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 연구위원

지난해 우리 경제는 지옥과 천당을 모두 경험했다. 돌이켜 보면 연초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경제가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컸었다. 수출길이 막힌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줄여 재고를 떨어내기에 급급했으며, 가계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느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한 경기 반등이 나타났다. 세계 곳곳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경기 부양 정책이 나오면서, 경제 추락의 공포 속에 생산을 줄였던 기업이 다시 생산을 늘렸고 가계 역시 소비를 늘렸기 때문이다.

2009년 2분기와 3분기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2.6%와 3.2%였는데, 2000년 이후 평균 경제성장률이 1.0%인 것과 비교하면 2009년의 경기 반등이 얼마나 빨랐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빠른 속도의 경기 반등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도하게 위축됐던 상황에서는 반등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는 정상 속도로 회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는 2009년 4분기부터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이것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 이후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이런 숨 고르기 국면은 최소한 두 세 분기 정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정황은 경기선행지수가 곧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커진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경기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는 점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컨센서스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긴축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 위기로 금융 시장에 불안감을 던지는 상황이다.

만약 긴축과 재정 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예상보다 강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우리 경제는 숨 고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여건을 하나씩 점검해 본 결과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선 중국의 긴축을 보자. 중국은 지불준비율을 올리는 등 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대중국 수출에 타격을 입을까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왜 긴축에 나서는 지를 살펴본다면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중국이 긴축에 나서는 이유는 수출이 상당 부분 회복되었기 때문에 굳이 더 이상 강력한 경기 부양에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이 과도할 정도로 대출을 늘려 인프라 투자에 돈을 쏟아 붓는 방식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나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수출이 회복되는 마당에 굳이 부작용 많은 경기 부양 정책을 고집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에 중국은 긴축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셈법은 간단하다. 중국이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이 유리한지 또는 중국의 수출이 늘어날 때 유리한 지를 따져보면 된다.

결론은 중국의 수출이 늘어날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부품과 소재를 수입한 후 최종 제품을 만들어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날수록 우리나라는 중국에 부품과 소재 수출이 늘어난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나프타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수출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재할인율 인상을 통해 긴축에 나섰다. 재할인율은 시중 은행들이 긴급히 중앙은행에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중앙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벌칙성 금리가 적용되는 것이 재할인율이다.

미국에서는 연방기금금리에 비해 재할인율이 1%포인트 높았으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생 이후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재할인율도 크게 낮춰 2010년 초에는 두 금리간 차이가 0.25%포인트에 불과했다. 2월 중순에 미국이 재할인율을 인상함에 따라 이제 두 금리간 차이는 0.5%포인트가 됐다. 아마도 이 차이가 1%포인트가 될 때까지 재할인율을 올릴 것이다. 재할인율 인상은 소극적 긴축으로 보아야 한다.

적극적 긴축이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정책의 핵심 수단인 ‘연방기금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재할인율 인상은 은행들의 이용도가 크게 낮아진 재할인 대출에 대해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좁혀진 금리 차이를 정상화하는 것이므로, 필요성이 떨어진 조치를 거둬들인다는 의미의 소극적인 긴축이다. 이러한 긴축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 회복이 없다면 긴축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은 상황은 다소 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재정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연결 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을 뿐 아니라 향후 독일이나 프랑스 등 이웃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재정 위기를 넘긴다면 굳이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경기 회복 속도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선 것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선다는 것은 경기 회복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저변에 흐르는 기조는 긴축이 아니라 경기 회복이다. 숨 고르기 국면에 마무리되는 하반기에는 세계 경기 회복이 제대로 반영되면서 우리나라의 경기도 다시 빠른 상승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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