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르는 세종시 싸움을 멀리서 흐믓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번 지방선거에 재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 단체장들이다.
국민의 관심이 세종시로 몰리면서 현역 단체장들의 재신임 평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현역 단체장들은 유례없는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지방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밝힌 한 의원을 만났다. 그는 "세종시가 어떤 형태가 되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세종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쟁점사안도 나올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년 같았으면 벌써 몇몇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선거를 뛰고 있었을 것"이라며 "올해는 세종시 분위기에 눌려 지방선거에 뜻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 이번 지방선거 준비는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각 당의 공천심사를 위한 준비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대로 가면 이번 지방선거는 상당히 짧은 시간 속에 '졸속'으로 준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준비 부족은 현역 단체장들에게 상당한 이득으로 작용된다. 후보들이 늦게 선정되고 평가가 늦어질 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정책적 약점이나 잘못들이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에서 '구관이 명관이다'는 막연한 생각에 자질부족의 현역 단체장들이 손쉽게 재선될 확률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같이 시장·구청장·교육감·교육위원 등을 동시에 뽑는 선거일 경우 눈에 익은 사람이 당선될 확률은 더욱 높다.
물론 현역 단체장들이 주민들에게 특별히 나쁜 인식을 주지 않고 행정을 잘 이끌었다면 재선은 마땅하다. 하지만 세종시라는 기회 속에 자신의 허물을 감추려고 한다면 이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현재 세종시 문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4월 국회에서 세종시가 마무리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상황에서 펼쳐질 것이다.
국회가 세종시에 막혀 후보 검증을 제대로 못한다면 기대할 것은 국민의 현명한 눈밖에 없다. 자신의 한표를 조금 더 현명하고 깨끗한 인물에게 주기 위해 나부터 우리 지역의 후보들을 검증해 봐야겠다.
아주경제= 팽재용 기자 paengm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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