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설립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북아현 2구역의 '조합'(왼쪽)과 '대책위'(오른쪽) |
최근 행정법원의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로 재개발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왕십리1구역과 북아현2구역.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갑작스런 판결로 해당 지역의 혼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왕십리1구역..."금융비용 눈덩이 추가 대출은 어려워"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인근에 자리한 왕십리1구역 조합사무실. 이 곳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 이후 조합사무실은 거의 패닉상태다. 불안감에 휩싸인 몇몇 조합원들은 사무실 한 켠에 앉아 조합사무실 관계자에게 여러 사안의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조합사무실 내부에선 여러 언론과 조합원들에게 시달렸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정족수를 못 채운 조합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한 지 두어 달이 지난 현재. 왕십리1구역이 처한 상황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금융권으로 부터 발생된 이주비에 대한 이자비용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었다. 하루에 300만원씩 증가한다는 게 조합사무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추가 대출도 어려워졌다. 조합설립인가 무효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언제든 새 조합이 꾸려질 수 있기에, 향후 추가 대출은 어렵다는 게 주거래은행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무효판정 후 조합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지만, K은행에서도 전화를 받았다"며 "이번 사안이 대법원으로 갈 경우 상황이 크게 어려워질 수 있기에 구청과 조합은 사업정상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종전가 추정이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 법제도가 바뀌어야 이 같은 혼선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북아현2구역..."이사갈 준비도 마쳤는데 갑자기..."
가구·결혼 거리로 유명한 북아현동 일대도 큰 혼란에 빠져있다. 북아현동 일대 5개 구역(1-1·1-2·1-3·2·3)이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2·3구역이 소송에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총 1711가구의 대단지로 지어지려던 북아현2구역은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착공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비대위 측이 시공사 재선정을 주장하는 만큼 송사가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시공사 선정 특혜 시비 △4년 전 설계의 유지 △타 재개발 사업장보다 높은 건축비 △사업반대주민을 조합원에서 누락해 찬성률을 높인 점을 의혹으로 제기한다.
이에 대해 조합은 △5대 건설사 자격 제한은 우량브랜드를 택해 자산가치를 높이려 한 것이고 △설계는 변경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며 △지역 토지소유 관계와 복잡한 지형 등으로 공사비가 많이 드는 것이고 △고의누락은 아니며 착오였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갈등 사유는 다양하다. 최근 법원은 이런 재개발·재건축 갈등에 주민동의 등 법적요건미비가 있다면, 이미 철거가 진행됐어도 무효·취소 판결을 내리며 파장은 커지고 있다.
설명부족 등 불완전동의서(왕십리1·우동6), 사업초기와 관리처분인가 후 사업비 차이(아현4), 노후·불량 건축물비율 부적합에 따른 구역지정취소(동선3) 등 재개발·재건축 관련소송의 조합(추진위) 패소 이유는 다양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중단에 건설사는 난감하다. 특히 조합설립 취소·무효 시 사업 중단은 물론 기 조합지원비용 회수주체도 사라진다. 업계는 우동6구역 시공사 결정업체가 기존 조합원에 배상 요구를 할 것이라 예상한다.
한편 서울시는 문제의 근본예방을 위해 최근 재개발·재건축 관련정보·진행과정을 담은 클린업시스템(cleanup.seoul.go.kr)을 열었다. 또 추가부담금 산정프로그램도 곧 가동할 계획이다.
아주경제= 권영은·이준혁 기자 leej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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