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테러정국=시스템실패' 기업이 배울 점은?

2010-01-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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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미국 디트로이트로 가던 미 노스웨스트항공 253편이 폭탄테러의 표적이 됐다. 테러는 다행히 불발에 그쳤지만 전 세계인은 2001년 9ㆍ11테러의 악몽을 떠올리며 경악했다. 미국에서는 정보당국이 테러 용의자의 신원을 미리 확인하고도 그의 항공기 탑승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기업 혁신ㆍ리더십 전문가 로자베스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테러기도 사건의 원인을 시스템실패(system failure)에서 찾았다. 그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 블로그(blogs.harvardbusiness.org)에 올린 글에서 기업인들이 이번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몇가지 교훈을 제시했다.

◇"몸소 개입하라"

캔터 교수는 제 아무리 잘 갖춰진 데이터베이스도 사용자의 지적 수준을 넘는 역할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테러기도 사건도 정보 공유 및 분석 실패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폰지 사기범 버나드 메이도프가 16년에 걸쳐 650억 달러 규모의 사기를 벌일 수 있었던 것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엉성한 조사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과학자들이 주고받은 수백건의 이메일을 해킹해 기후변화 진위 논란을 빚은 '기후게이트' 역시 정보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캔터 교수는 데이터를 입력해 쌓아 두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데도 전문가들은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으로 제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메일을 보내놓고 수신여부는 나몰라라 하는 식이다. 캔터 교수는 메시지를 보냈다면 수신여부는 물론 사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턴을 찾아라"
제각각의 정보가 의미를 가지려면 서로 결합돼야 한다. 노스웨스트항공 253편이 테러에 노출된 것도 파편화한 정보에서 위험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탓이다. 결합된 정보는 일정한 패턴을 드러내지만 각각의 정보에에서는 구체적인 특징을 찾아낼 수 없다.

미 정보당국 관계자 역시 이번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과 관련, 수집돼 있던 정보들이 불완전한 상태로 조각나 있어 테러 위험을 감지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응축된 정보의 힘은 인터넷에서 위력을 발산하고 있다. 날로 진화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덕분이다. SNS를 활용해 넘치는 정보를 선별·결합하기에 따라 정보의 가치는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캔터 교수는 정보 수집 능력뿐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묶어 의미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 범위를 확대하라"
미 항공기 테러기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자국 내 무슬림 유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영국이 이번 테러기도 사건 용의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도 미 정보당국과 해당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캔터 교수는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내ㆍ외부 세계와 시스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인 역시 소중한 가치를 독점하기보다 소통을 통해 공유할 때 더 큰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뢰를 얻어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번 테러기도 사건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임공방은 이미 확산될 대로 확산됐다. 하와이 휴가 중 사건 보고를 받은 오바마는 더디게 반응했고 신뢰를 잃었다.

캔터 교수는 조직의 리더라면 시스템실패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즉시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버크 전 존슨앤드존슨 회장처럼 말이다. 그는 1982년 7명의 사망자를 낸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사실을 알리고 미 전역에서 타이레놀을 회수했다.

조직 구성원 전체가 실패의 요인을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리더의 책무다. 노스웨스트항공 253편이 무사히 착륙하자 재닛 나폴리타노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스템실패를 부인했다.

이후 책임공방은 확산됐고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끓었다. 캔터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실수를 인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더라면 조직원들이 어떤 상황이든 직시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평상시 어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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