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각국 정부는 출구전략의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 역시 경기회복의 단초만 찾으면 금방이라도 도약할 태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복기에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경기침체로 잔뜩 움츠러든 기업 내부의 리더들을 재정비하는 일이라고 충고한다. 침체기동안 일선에서 근무시간 연장을 마다하지 않고 더 많은 책임을 떠 맡으며 스트레스로 지친 임원급 관리들을 달래라는 것이다.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인 이들이 준비를 갖춰야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기회복의 흐름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가 내는 경영저널 맥킨지쿼털리는 최신호에서 지난 7월 전세계 기업의 임원 16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회복기에 필요한 핵심인력 관리법을 제안했다.
사업부문별 대표급(C-level Executives), 중역급 임원(senior managers), 중간급 관리직 (midlevel manager)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맥킨지는 우선 직급별 업무만족도를 살펴봤다. 그리고 업무만족도를 경제위기로 인한 개인별 역할 변화, 스트레스의 정도와 원인, 본인과 보스의 업무 수행능력 정도, 위기관리 능력 등에 대한 응답과 비교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대부분의 임원들이 경영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업내 본인의 위치에 대해 더욱 안정적으로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또 전체의 95%는 경제위기 이후 오히려 업무 및 수행능력과 회사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처한 업무환경은 되레 나빠졌다. 임원들은 평균 근무시간은 위기 이전 주당 45시간에서 55시간으로 늘어났다. 또 전체 응답자의 40%는 승진이나 금전적 보상 없이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됐다. 하지만 전체 임원들의 95%는 비즈니스 리더로서 본인의 능력에 대해 만족하며 경제위기 이전보다 업무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특히 비즈니스 리더로서 만족도가 높은 임원들의 경우 50% 이상은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가 낮은 임원들의 30%만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즉, 조직 구성원들의 동기를 높이는 것과 같은 장기적 관점의 업무에 중점을 두는 임원일수록 업무만족도가 높아져 기업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맥킨지는 회복기에 기업의 임원들이 능력있는 재원을 확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선 이상 지난 경제위기 동안 단기 손익계산에 투자하던 시간과 에너지를 장기적 영역으로 전환하라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임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맥킨지는 전했다. 물론 조사 결과 대부분의 임원들은 위기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 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0%는 이번 경제위기로 인한 스트레스의 수준이 이전과 동일하거나 높아졌더라도 견딜 만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임원들의 리더로서의 업무만족도는 엇갈렸다. 만족도가 매우 낮은 임원들의 65%는 사회적 혹은 종교적 활동이나 운동 혹은 개인적 취미 활동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반면 만족도가 매우 높은 임원들의 64%가 이러한 대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응답했다. 맥킨지는 "업무 이외의 활동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임원일수록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능력과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며 "임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 주기 위해 업무 이외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중간급 관리직의 경우 업무와 보스에 대한 만족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이 일반 임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더 많은 책임을 떠 맡았지만 보상이 따르지 못한 탓이다. 중간관리직(52%)은 업무 강도는 높아지면서 직위는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사업부문별 대표급(34%)이나 중역임원급(38%)에 비해 더 많았다.
또 경제 위기로 인해 현재의 업무나 역할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고 답한 경우도 중간급 관리직(27%)이 평균(18%)보다 높았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수준과 심리적 보상을 고려해 볼 때 현 직장에서 최소 2년은 더 근무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중간급 관리직(36%)의 경우 평균(52%)을 밑돌았다. 즉 중간관리직의 경우 사업부문별 대표나 중역급 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만족도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중간급 관리자들은 이번 경제위기로 경영 일선에서 가장 많은 요구를 받으며 큰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이들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동기를 부여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맥킨지는 설명했다. 또 맥킨지는 경기회복기에 기업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이들 중간급 관리들이 업무를 통해 의미를 찾고 회사에서 개인적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제목: 경제위기 이후 리더로서의 업무만족도 단위: 퍼센트 직급별 사업부문별 대표: 매우만족(26%), 만족(70%), 불만족(4%), 모르겠다(1%) 중역급 임원: 매우만족(26%), 만족(69%), 불만족(5%), 모르겠다(0%) 중간급 관리직: 매우만족(17%), 만족(76%), 불만족(4%), 모르겠다(2%) |
제목: 경제위기 이후 업무측면에서 변화된 정도 단위: 퍼센트(%) 가로 평균: 보라색막대기/ 직급별 파란색막대기(맨위:사업부문별 대표급, 중간: 중역급 임원, 맨아래: 중간급 관리직) 세로 승진, 직급이나 직위 변화없이 업무 증가, 강등, 직급이나 직위 변화없이 업무 감소, 이직, 정리해고 후 재취업, 정리해고 후 구직중, 변화없음 |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