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3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낭독한 조사의 전문이다.
우리는 오늘 나라의 큰 정치지도자이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우리들은 참으로 애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온 국민이 큰 슬픔 속에 대통령님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높이 평가하는 우리 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 가운데 한 분이셨습니다.
지금 세계 각국이 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하며 우리 국민과 슬픔을 함께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평생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민족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해 오셨습니다. 대통령님의 이러한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에 의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어 정치발전의 확고한 기틀을 닦으셨습니다.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화해와 교류협력의 큰 길을 열고, 2000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일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의 높은 위업을 어찌 이런 몇 마디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고인의 일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이었습니다.
생전에 당신 스스로를 추운 겨울에도 온갖 풍상을 참고 이겨내는 ‘인동초’에 비유했던 것처럼 투옥과 연금, 사형선고와 망명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험난했던 삶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 번도 감내하기 어려웠을 수많은 시련을 대통령께서는 불굴의 의지와 집념으로 이겨내셨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도 숱한 어려움을 딛고 세계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기적의 역사, 발전의 역사, 성공의 역사를 일구어낸 것입니다.
특히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님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강인한 신념과 불굴의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할 수 있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
대통령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적 통일 그리고 국민 통합에 대한 열망은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IMF 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과감한 개혁으로 우리 경제를 탈바꿈시키면서도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IT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고인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계층을 위한 대통령님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도 오늘의 우리들이 한층 더 받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에 크나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대통령님은 생전에도 늘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동서로 갈라지고 계층간에 대립하고 세대간에 갈등해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 뜻일 것입니다.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바탕위에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성공의 역사를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
이제 대통령님은 생전의 그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우리 겨레의 앞길을 밝혀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대통령님을 보내시는 이희호 여사님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하며 조의를 표해주신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외교사절 여러분께 대한민국 정부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온 국민과 더불어 삼가 후광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2009년 8월 23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위원장
국무총리 한승수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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