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책임을 황영기 전 회장 겸 행장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보도 투자 손실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황 전 회장 시절 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 결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예보와 체결한 경영이행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예보는 이에 대한 책임이 황 전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오는 26일 열리는 예보위원회에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예보 관계자는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의거해 우리금융의 투자 손실에 대한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면서 "우리금융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갔기 때문에 기관장은 책임과 의무를 져야한다"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이 징계를 받게 되면 적자금관리특별법 17조와 금융지주회사법 38조의 적용을 받아 KB금융지주 회장 직무정지나 해임이라는 중징계까지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다. 국민의 세금을 날린 데 대한 책임자를 가려낼 목적이라면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보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예보가 MOU를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책임을 황 전 회장에게 전가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예보도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 민간 금융연구소 연구위원도 "당시 금융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흐름이었다"며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다 손실이 났다고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인과관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예보가 사전적 및 사후적 관리ㆍ감독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연구원은 "CDO와 CDS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 국내 금융권에는 파생상품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며 "예보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위험을 평가하는 선제적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보는 우리금융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순고정이하여신비율 △총자산이익률 △1인당 조정영업이익 △판매관리비용율 등 5가지 재무목표와 △경영영업전략 △리스크관리시스템 △수익성 제고 △인력경비를 포함한 인사경영관리 등 비재무목표 4가지 만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우리금융이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했다면 우리금융의 리스크관리시스템이 포함된 MOU를 책정한 예보도 책임이 있다"며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경영이행목표는 당국이 해석하기 나름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을 비롯한 공적자금 금융기관의 내실 경영을 위해서는 정부 관련 대주주가 지나친 간섭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예보와 우리금융은 공적자금 투입 이후 상하관계가 너무 분명해졌다"며 "장기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 대주주가 전문 경영인과 평형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대한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오히려 스톡옵션 등 다양한 당근을 제공해 전문 경영인이 책임감을 갖고 경영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이 결과 외환은행는 올 2분기 우리은행보다 669억원 많은 238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17%를 기록해 우리은행(1.65%)을 압도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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