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들이 거액을 들여 각종 행사를 후원하고 주최하면서도 이름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기침체가 한창인 상황에서 행사치레에 거금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월가의 금융기업과 미 제조업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자동차기업들은 여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주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는 일. 고심 끝에 나온 전략이 '비밀 지출(stealth spending)'이다. 이른바 '큰손'들을 모실 수 있는 행사를 후원하거나 자체 행사를 주최하되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US오픈 골프대회가 열린 미국 베스페이지의 블랙코스에서는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월가 주요 금융기업들이 초청한 고객들이 경기 관람과 뷔페 등을 즐겼다. 테이블당 비용은 5만 달러로 투입된 비용은 모두 75만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테이블 어디에서도 이들 기업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행사 자원봉사자는 "그들은 알려지길 원치 않은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기업 자체 행사의 경우 '비밀 지출' 관행이 더 뚜렷하다고 전했다. 심지어 행사 기획자들도 행사 주관 업체가 어딘지 모르는 일이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움직임은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기업들이 행사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월가의 고액 보너스에 대한 비판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은행들의 행사 후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금융기업 사이에서는 상당한 자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