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오너 집안의 갈등은 여전히 내재해 있다. 유동성 위기 극복 등 현안이 산적해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박 회장의 첫 숙제는 구조조정을 연말까지 마무리하는 것. 대우건설 인수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달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고 추가 자금을 확보해 4조원대 풋백옵션(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주식을 금호가 되사주기로 한 계약)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박 회장은 지난 달 31일 취임사에서 “비장한 각오로 그룹 5대 회장직을 맡게 됐다”며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하고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취임식 뒤 곧바로 광주로 내려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묘소를 참배하고 지역에 있는 계열사를 방문했다.
새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형제 회장 해임으로 촉발된 그룹 내부의 혼란을 원천적으로 봉합하는 모양새다
박 회장의 취임 과정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너 경영체제를 지켜오다가 갑자기 두 형제 회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전문경영인이 그 뒤를 맡게 됐다는 점 때문이다.
박 회장이 사전에 그룹회장을 맡아 지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지 못했다는 점,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외에 그룹 ‘체질’을 개선할 정도로 힘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형제간의 문제점을 희석하고 두 형제는 일정 시점이 지난 후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한다’는 설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아울러 박찬구 전 회장의 행보도 불안하다. 박 전회장이 보유한 금호석유화학 지분(18.47%)을 감안할 때 뭔가 움직임을 보일 만하지만 며칠 째 미동이 없다. 모종의 반격을 준비중이라는 등 추측만 난무하다.
이와 반대로 시장에선 조심스런 낙관론도 나온다. 특히 항공업계선 아시아나항공 사장 출신인 박 회장을 "추진력이 워낙 강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구조조정 '속도전'에 적임자라는 뜻이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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