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1%룰'..은행들 '고심중'

2009-08-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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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을 올 연말까지 1%로 줄이라는 권고에 따라 대출문턱을 높이고 수수료 수익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정부가 제시한 부실채권 '1%룰'을 맞추기 위해 이달 중순까지 부실채권 처리 계획을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것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부분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5%대 후반으로, 하반기에 새로 발생할 부실채권까지 고려할 때 1%로 맞추려면 은행권 전체로 18조~20조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처리해야 한다.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려면 분모인 총 여신을 늘리거나 분자인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을 줄여야 하지만 총 여신을 늘리면 또 다른 부실을 양산할 수 있고,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정이하여신을 정상여신으로 재분류할 수도 없다. 결국, 시장에서 공개매각하거나 구조조정기금 또는 민간배드뱅크에 팔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부실 채권 처리 과정이 통상 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는 11월~12월에 부실채권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개입찰 시장에서는 매수세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결국 구조조정기금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이 기금은 가급적 싼값에 부실채권을 사려고 할 것이기때문에 예전같은 매각익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부실채권이 한꺼번에 풀리면 제값 받고 팔기가 더욱 어렵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특히 ▲기업구조조정 관련 부실채권이나 ▲꼬박꼬박 이자는 내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채권은 매각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무구조개선 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의 경우 은행권의 추가 공동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채권을 다른 곳에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모 은행의 리스크관리 담당 부장은 "현재 은행들은 연체가 없는 고정이하여신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총액 기준으로 부실채권 비율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면서 "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실채권을 뺀 나머지 기타 부실채권 처리로 1% 규정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져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대기업이나 현금흐름이 좋은 중소기업 등 양호한 대출을 확대하고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대출은 회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담당자는 "정부와 약정한 중소기업 만기연장 비율과 신규 대출 비율을 지키는 것 외에는 선별해서 대출을 취급할 것이며, 대출 마케팅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량 담보나 보증, 부동산 100% 담보 외에는 대출을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장 기업은행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이달 6일부터 수출용 원자재 등 수입 신용장을 개설할 때 내는 수수료를 중소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종전까지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0.25%의 기본 요율을 일괄적으로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신용상태를 5등급으로 나눠 최고 등급은 0.23%, 최하등급은 0.35%를 적용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기가 아직 피부로 느낄 정도로 살아난 것은 아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부실채권 정리 때문에 대출심사가 강화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은행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의 재무제표만 보고 대출심사를 하는데, 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 등도 평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부실채권 비율 때문에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며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고 나면 남아있는 우량기업들의 차입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펀드나 방카슈랑스와 같은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데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경기침체로 수출입규모가 줄고 외환시장이 안정된데다 '키코 사태' 후유증으로 파생상품 판매 실적도 저조해 외환 관련 수수료 이익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대우건설 매각이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의 출자전환 주식 매각도 쉽지 않아 지난 2분기 현대건설 주식 블록세일과 같은 특별이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수수료 부문 등 비이자 부문 이익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펀드 판매가 다시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특히 펀드 판매 수수료는 크게 늘었다.

국민은행의 펀드 판매 수수료는 1분기 612억 원에서 2분기 770억 원으로 25.8% 증가했고, 신한은행도 347억 원에서 443억 원으로 27.7% 증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펀드와 방카슈랑스, 환전송금 등의 수수료 수익을 늘리고 적립식 상품 판매와 CRM(고객관리) 강화를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데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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