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에서 멜라민 함유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식약청은 “중국산 분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라고만 발표했다. 유가공 제품은 농림수산식품부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청이 소관 업무가 아닌 점을 들어 유제품 관련 문제를 외면하고 농식품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에 중국에서 OEM(주문가상표부착) 방식으로 만들어진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식약청은 지난 1998년 미국의 FDA를 벤치마킹해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수행하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 업무를 분리해 독립기관으로 발족됐다.
식약청의 주요 업무는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한약재, 생물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수입과 제조, 유통, 사용 및 광고 등에 대해 사전 사후 관리와 연구사업이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 많은데다가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 역시 빈발하기 때문에 업무 집행 뿐 아니라 정책결정 역시 신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식약청의 현 주소는 어떤가. 가장 큰 문제는 정책결정 부서인 보건복지부와 집행기관인 식약청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식품 사태를 두고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식품안전 정책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정부가 식품관리 일원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이해찬 총리가 앞장서 모든 식품안전 관리를 도맡는 ‘식품안전처’ 설립을 주도했으나 당시 농림부 및 농·수·축산업자들의 반대와 이 총리의 낙마로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로 모든 식품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식품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농식품부에 식품정책을 위임했지만,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맡아 이원화된 상태다.
농식품부는 원재료 및 가공품에 대한 전권을, 식약청은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은 농식품부가 안전을 관리하지만, 유제품이 과자나 빵에 들어가게 되면 식약청으로 소관이 넘어가는 것이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파동 이후 농식품부에서 식품 안전 관련 업무를 도맡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국민 보건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가 식품 안전 업무를 총괄한다. 농수축산 관련 부처는 태생적 한계상 생산자의 이익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화여대 오상석 교수는 "식품의 안전 관리 업무는 한 곳의 독립기구에서 하는 게 정답"이라며 "앞으로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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