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도의 민간 배드뱅크가 설립되면, 현재 국내 유일의 배드뱅크로 정부 출자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경쟁체제를 갖추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는 배드뱅크가 내달 초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배드뱅크는 은행들이 일정금액을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설립하는 민간 조직이다. 은행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본수혈을 받기로 한 14개 은행들이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각자 일정금액을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인 배드뱅크를 설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하는 은행들도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 것"이라며 "다만 출자규모 등의 구체적인 시안은 다음주쯤 확정되며 다음달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은행들 중심의 배드뱅크 설립은 지난 달 1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은행장들과의 합동 워크숍에서 처음 제기됐다. 일부 은행장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 주도가 아닌 은행 자체 출자를 통해 민간 중심의 부실채권 매입 은행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배드뱅크인 캠코가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있으나 경기침체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는 데다 부실채권 헐값 매각 논란을 없애기 위해 경쟁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들은 별도 재원 없이 보유 채권을 현물 출자하거나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함으로써 재원을 마련해 배드뱅크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경기부진이 심화하면 부실채권이 더 늘어나 캠코만으로는 정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은행들이 함께 통합 기관을 설립하면 채권 매각도 은행들이 원하는 적정한 가격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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