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아메리카노] 대형마트 신선코너는 '생선비린내'

2009-03-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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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수부진이 그야말로 심각하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지면서 유통업체는 연일 매출 하락을 걱정할 판이다.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의류나 가전 등의 구입을 줄이다가 이제는 먹는 것에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 한명이 매장에서 사용하는 금액, 즉 '객단가'의 감소로 고객들의 쇼핑카트가 절반 이상 찬 것을 보기가 힘들어졌고 질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먹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일각의 목소리에도 냉담하기만 한 시장 반응에 볼멘소리가 나온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이쯤되니 굳게 닫힌 지갑을 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업계의 무리수도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백화점들은 한 달이 멀다하고 할인 행사을 벌이고 있고 대형마트들 역시 생필품 가격을 50%할인하고 10년전 가격에 판매하는 저가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이 마저도 어려웠던 것일까?

 얼마 전 대형마트 신선코너의 상술이 공개됐다. 대형 마트의 '당일생산, 당일판매' 원칙을 준수한다는 신선코너, 소비자를 우롱하는 대형마트 신선코너의 실태를 '불만제로'에서 다뤘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쇼핑의 편리함, 물건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고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한다지만, 이런 마음을 이용한 것일까. 소비자를 우롱하듯 대형마트 신선코너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대형마트의 신선코너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제보자의 고백 역시 믿기 힘들 정도다.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들이 진열기한이 지난 다음에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오늘 팔고 남은건 재 포장해서 내일 또 판다” “포장일은 판매사원이 마음대로 조작한다” “상품에 표시된 포장일자를 믿지 말라”는 등 고백이 이어졌다.

 마트 안에서의 잠입취재 과정은 그 실체를 그대로 보여줬다. 어제 팔다 남은 생선을 재포장해 ‘오늘의 신선제품’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진열 일자가 오늘까지인 봉지 굴을 생굴과 섞어 판매까지 먹을거리를 두고 벌어지는 조작의 현장이 하나하나 공개됐다.

 이처럼 유통기한을 넘긴 신선식품을 소비자들이 믿고 먹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고등어 32마리는 모두 중하품 판정을 받았고 23개의 굴 중 7개의 굴이 D급으로 판정받았으며, 5개의 굴은 심지어 먹어서는 안되고 폐기해야 할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벌써 몇 번째인가. 중국산 납이든 꽃게, 기생충 알이 검출된 김치, 쥐머리 새우깡, 나아가 광우병 파동, 식품첨가물 등으로 웰빙시대를 부르짖는 우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소비자는 믿는 것을 본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믿음을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잘못 주어진 믿음은 쉽게 바꾸어지지 않기에 처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소비자는 생산만 하면 무조건 구매하는 소비자에서 생산자보다 더 강력한 소비자로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무력화 시키는 소비자로 변하고 있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상품들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생산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다. 생산자로서 믿음을 잃어버린다면 소비자 앞에 설 수가 없게 된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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