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율이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요국 통화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은행간 외환거래량은 사상 처음으로 일 평균 2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현물환 거래량은 환율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처음으로 외환스와프 거래량에 못 미쳤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08년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대비 25.7%, 40.7% 각각 절하됐다.
이는 미 달러화 대비 48.1%, 26.4% 각각 하락한 아이슬란드 크로나화와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주요 통화 가운데 3번째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해외 금융기관의 자금회수와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 증가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금융기관 외화자금조달 어려움, 국내경기 하강 우려 등으로 지난해 11월24일 1513.00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일본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23.9% 절상됐고 중국 위안화와 홍콩 달러화도 각각 7.1%, 0.6% 절상됐다.
원·달러 환율의 하루 중 변동폭과 전일 대비 변동폭은 각각 18.3원과 12.0원으로 전년보다 6배 가량 확대됐다. 전일대비 변동률은 0.99%로 호주 달러화(1.10%)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은행간 시장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231억1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7.2% 증가했고 하루평균 거래량도 한 해 동안 34억 달러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외환스와프 거래는 92억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7.7% 급증했으며 파생상품과 선물환 거래는 각각 51억6000만 달러와 9억1000만 달러로 28.5%와 21.8% 늘었다.
반면 현물환 거래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다른 수출입 업체와 은행의 거래 감소 여파로 5.3% 감소한 78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외환스와프 거래량을 밑돌았다. 현물환 거래가 줄어든 것은 2002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기업의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조선·중공업체의 수주 감소 영향으로 13.6% 줄어든 620억 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에는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퍼지며 40억 달러 순매입을 기록해 2005년 분기별 선물환 거래 규모 발표 이후 처음으로 순매입으로 돌아섰다.
2007년 역외선물환(NDF) 시장을 통해 339억5000만 달러를 순매입했던 외국인은 작년에는 2억4000만 달러를 순매입하는데 그쳤다. 외국인과 국내 은행 간 NDF 거래는 일평균 94억3000만 달러로 51.4% 급증하면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외화조달 여건 악화로 외환스와프 시장으로 차입 수요가 몰리면서 외환스와프 거래가 늘었다"며 "환율이 사상 유례없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수출입업체와 은행이 거래를 줄이면서 현물환 거래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