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톱다운' 재시동 청신호 켜지나
2019-06-13 16:46
6·12 북·미 정상회담 1주년...김정은 '친서외교' 가동
'하노이 노딜' 후 중단됐던 남·북·미 간 대화 움직임 재개
'하노이 노딜' 후 중단됐던 남·북·미 간 대화 움직임 재개
6·12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북·미외교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북·미 정상 간 톱다운 외교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유화적 제스처로 '하노이 노딜' 이후 중단됐던 남·북·미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의 문답 중 김 위원장에게서 전날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아름답고 아주 개인적이며 아주 따뜻한 편지"라며 "아주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이 준비되면 우리도 준비가 된다"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전적으로 가능하며 그 열쇠는 김정은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그동안 전혀 대화나 콘택트(접촉)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미 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상당히 고무적이며, 금명간 한미·남북·북미 간 (대화) 진행이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봤다.
문 특보는 "북한은 제재를 '미국이 북한에 가진 적대적 의도와 행동의 가장 구체적인 징표'로 보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싱가포르 선언(제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 1조에 명기된 미·북 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 나가는 전제조건으로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마음속에 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문 특보는 "현 단계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 불신의 정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북한이 (지난해 9월) 평양 선언에서 약속했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설과 미사일 발사대를 조건 없이 선제적으로 폐기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부분적 제재 완화 조치, 특히 남북 사이 경제교류협력과 관련된 조치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가 제안한 '조기 수확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 실무협상 없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에 성급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있느냐는 질문에 "(회담은) 있을 수 있지만 당장이 아니라 향후"라고 답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친서외교로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중·일 4개국이 연달아 정상회담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외교전에 참여하면 교착상태를 맞고 있는 남·북·미 간 대화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북유럽 순방 중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남북 간, 또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