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이 2년 만에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중 간 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한·중 간 지속적 협력을 강조한 반면, 한국은 북·러 군사 협력 등 문제에서 중국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양국 간 시각차는 존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 "북·러 군사협력"···中 "트럼프 시대 한·중 협력"
17일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린 페루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했다는 기사가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게재됐다. 이 기사는 1면 우측 맨위에 배치돼 함께 게재된 APEC 주최국인 칠레 총리는 물론 태국·싱가포르·뉴질랜드·일본 총리와의 회담 기사보다도 더 부각됐다. 중국 측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2년 전 우리가 발리(APEC 정상회의)에서 회동한 이후 국제 및 지역 정세가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한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 우호의 방향을 지키며, 호혜 상생의 목표를 견지해야 한다"며 "양국 간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 연결성, 경제적 융합의 장점을 잘 발휘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양국 간 고위층 왕래를 강화하고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 공동의 발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이 중국인의 방한에 더 많은 편리화 조치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의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강조한 내용은 중국 측 발표문에는 빠졌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양측이 논의한 사안을 보면 양측이 관심을 두는 초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북·러 협력 방면에서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길 바라는 반면, 중국은 지역 및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한·중 관계는 여전히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태도' 바꾼 尹 '하나의 중국' 발언···한·중 관계 개선 의지
특히 통신은 윤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태도의) ‘전환(轉變)‘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만과 북한 문제는 글로벌 이슈”라고 언급하는 등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중국으로부터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후 한·중 관계는 갈수록 악화해 지난해 APEC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은 간단한 인사만 했을 뿐 정상회동도 하지 않았다.왕쥔성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 및 글로벌 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신화통신에 "윤 대통령 집권 후 한·중 관계가 계속 악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윤 대통령이 수차례 중국의 영토 주권 등 핵심 이익에 대해 함부로 말해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한·중 수교 이래 그 어떤 한국 정부에서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왕 연구원은 "오늘날 지역 및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일부 양자 관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파급효과가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가, 트럼프의 재선이 역내 국가에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 대통령이 이러한 배경에서 태도를 전환해 한·중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왕 연구원은 “이번에 두 정상이 대면으로 만나 양자관계와 지역문제에 대해 소통한 것은 중·한 관계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 불확실성에 대응해 양국과 지역의 공동 이익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가운데, 특히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국에 포함한 데 이어 넉 달째 공석이었던 주한 중국대사에 중량급 인사를 내정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이성현 미국 조지 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겸 미국 하버드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도 국익에 맞춰 적절하게 중국의 우호 시그널에 호응해 나가면서 서서히 한·중간 관계 개선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