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에 건설 경기 악화,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경기 전반이 악화하면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수도권 집값이 12월 다섯째 주 기준으로 33주 만에 하락 전환된 데 이어 9개월 넘게 오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41주 만에 보합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경기 위축으로 주택 매매자 사이에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주택 시장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1을 기록했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12월 기준 12억1982만원에서 12억8360만원으로 6378만원 오른 반면 하위 20% 아파트는 1억1815만원에서 1억1648만원으로 오히려 167만원 내렸다.
서울에서도 집값 양극화는 심화돼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5.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양극화를 심화시킨 원인으로 풀이된다.
연립·다세대·단독 등 비(非)아파트는 양극화가 더욱 심각했다. 지난달 비아파트를 모두 합한 평균 주택가격의 전국 5분위 배율은 12.4로 아파트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서울 지역 주택 5분위 배율도 10.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양극화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부터 '공급 절벽'이 현실화하면 서울 등 수도권 매수세는 계속 늘어나고 지방과 비아파트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경기가 안 좋으면 수요자들은 안전하게 자산을 지킬 수 있는 곳을 향한다"며 "경기 회복세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뿐 아니라 지역 내 양극화도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