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0.9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내에서도 가격 차이는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5분위 배율은 5.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26억5117만원, 1분위 평균 가격은 4억9011만원이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사이의 가격 격차 심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것은 강남 등 선호 지역은 대출 규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거래가 이뤄지는 반면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지방은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 규제 강화가 거래량과 집값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는 이달 2일 52억4000만원(6층)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인 지난 7월 50억원(19층)을 넘어섰다.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 전용 84㎡도 지난 4일 33억원에 거래되면서 지난 7월 기록한 최고가 33억원을 유지했다.
반면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상계주공7 전용 45㎡는 지난 6월 5억15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지난 9월엔 4억9000만원으로 거래가격이 하락했다.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 전용 114㎡는 지난달 6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 같은 타입은 지난 8월 5일 7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 수요가 서울 강남, 한강변 등 인기지역으로 몰리고 있다"며 "반면 그 외 지역은 대출 규제 여파로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내려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2일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디딤돌 대출 규제 강화가 집값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외곽 지역에 디딤돌 대출의 대상이 되는 중저가 주택이 다수 분포한 만큼 규제 강화로 인한 매수 심리 위축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부는 지난 6일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매입 시 최대 5500만원까지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5억원 이하의 집을 살 때 연 2∼3%대 금리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빌려주는 대표적 서민 정책금융 상품이다.
고준석 교수는 "강남 3구 등 고가 지역은 대출규제와는 무관한 구매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결국 대출 규제 강화는 일반 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주로 진입하는 지역의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 서울과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미 IAU 교수) 소장은 "오히려 부양이 필요한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에 직격탄이 될 수 있고 미분양 해소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서민들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택 마련은 더 어려워지고 선호지역과 외곽지역의 가격 차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