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전국 공항에 설치된 시설물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 이번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에서 사고기가 활주로 끝단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둔덕)과 충돌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또 로컬라이저 설치 여부를 두고 적법성 논란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활주로부터의 거리 등에 대한 국내외 기준 부합성 여부도 살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종완 항공정책실장 주재로 진행한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전국 공항에 설치돼 있는 항행 안전 시설에 대한 재질 조사 등을 통해 현재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를 두고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인재(人災)’ 가능성이 제기되며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 따라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외에 위치해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적법한 구조물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국내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이나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 해외 공항에도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다수 발견된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국토부 고시 ‘공항·비행장 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 기준’ 제21조 4항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지점까지 (구조물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도록 한) 공항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해외 공항 사례도 국토부의 해명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일 브리핑에서 "외국 공항 사례도 포함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주요 선진국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 별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피해를 키운 데 확실히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며 "로컬라이저가 해당 위치에 있었던 것과 콘크리트 재질이었던 점 모두가 문제다. ICAO 규정에 의하면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참사 피해를 키운 강력한 원인"이라며 "규정이 미흡한 것과 함께 전체적인 시스템을 다시 돌아봐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 키인 블랙박스 비행기록장치(FDR)가 일부 부품 파손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할 예정이다. 주종완 실장은 "파손된 FDR은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협조를 통해 미국으로 이동해 분석하는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FDR의 이송 및 분석에는 한국 사조위 측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DR은 사고 당일 전원 공급과 데이터 전송 기능을 가진 커넥터(선)가 소실된 상태로 현장에서 수거됐다.
음성기록장치(CVR)의 경우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조위는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음성기록장치 추출이 완료되더라도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주 실장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증거 자료들이 노출되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 진행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