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8일 선거를 앞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선 도전을 선언하고, 허정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마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선거 공정성 논란이 생긴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선거인단의 투표로 치러진다. 선거인단은 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200명으로 구성된다. 그렇기에 선거인 명부는 각 후보에게 똑같은 시간에 알려져야 한다. 선거를 관리하는 선거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자격도 검증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두 후보가 이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신문선 "선거운영위원 명단 공표하라…운영위원장 선임 시 증거 보존해야"
신 교수는 지난 21일 "축구인들과 팬, 국민은 '깜깜이 선거'를 걱정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선거운영위원회가 있다"며 "선거운영위원회는 △선거인단 숫자 확정 △선고 공고 △선거인 추첨과 명부 작성 △회장 후보자 등록접수 △투개표 관리 등 선거 관련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기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위원장과 위원들의 명단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상세히 올리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체 언론사에 전달하라. 이 조치가 있어야 선거운영위원회 소속 8명에 대한 자격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뿐 아니라 신 교수는 △1차 선거운영위원회에서 다뤘던 운영위원장 선임 시 호선을 누가 했는지에 대한 회의록, 영상 녹화물 등 증거 보존 조치 △선거인단을 구성하기 위한 선거운영위원회 회의록과 선거인을 뽑기 위해 사용한 컴퓨터 프로그램 CD를 증거 보존 △컴퓨터 프로그램 업체와 모델명 공개 △선거인을 확정하기 전 5배수 대상의 명단과 5배수의 대상자 중 선임하는 선거인 결정 과정의 컴퓨터 운영 영상 녹화 및 증거 보존 △후보자 입장에서 선거운영위원회 방문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놓았다.
허정무 "선거인 명부 19일 추첨…축구협회 행정지원팀에서 명단 관리 정황 확인"
허 전 감독은 지난 21일 '현 대한축구협회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는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운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한축구협회가 회장 선거에 있어서도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관리·운영 상황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매우 심각한 불법적인 정황이 나와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거인 명부 작성을 위한 추첨은 지난 19일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일 저녁 저희 측에서 유선으로 문의하기 전까지 축구협회 행정지원팀에서 명단을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선거인 명부는 출마 후보자 모두가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전달받기 전까지는 철저히 보안이 유지된 채 선거운영위원회에서만 관리해야 한다. 이번에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나타났다"고 문제점을 제시했다.
또한 허 전 감독은 "협회의 한 고위 임원에게 이미 선거인 명단이 유출됐고, 해당 임원은 이 명부를 바탕으로 선거 운동을 벌였다는 제보도 접했다.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부정 선거'라고 불려도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 측 "선거인 명부 유출될 수 없어…후보자 등록 기간 종료 후 전달 예정"
이러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운영위원회는 펄쩍 뛰며 강하게 반발했다.
선거운영위원회 측은 지난 22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작성하는 선거인 명부는 유출될 수 없으며, 현재 협회 임원 누구에게도 열람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후 "선거인 명부는 23일까지 선거인 본인의 정보 확인을 위한 열람 기간을 거쳐 24일 명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확정된 명부는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25~27일) 종료 후 후보자들에게 전달된다. 선거인 명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제보를 받았다면서, 명단 유출과 부정 선거 의혹까지 언급하는 보도자료를 낸 출마 예정자 측이 있어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내세우는 것은 선거 운영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선거운영위원회는 이번 회장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출마 예정자들도 이러한 선거 운영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나온 뒤, 대한축구협회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지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3선을 하며 텃밭을 다져온 정 회장이 우세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신 교수와 허 전 감독이 '언더도그'로서 도전에 나선 가운데, 이러한 선거 진행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 건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도 곤혹이다. 정 회장이 당선되더라도 공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 측은 더 이상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공정한 선거 만들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