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안=200원' 계엄발 고환율에 中교민도 울상

2024-12-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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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확실성...원·위안 환율 2년여 최고치

열흘새 2.7% 치솟아…주재원 실질소득 ↓

환율 민감한 수출입업자…늘어난 비용 한숨

중국 시중은행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 현금을 수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시중은행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 현금을 수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 속 원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원·위안 환율도 1위안당 200원에 육박하면서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1위안 당 매매기준율은 197위안대로 치솟았다. 앞서 10일엔 1위안당 197.78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달 들어서 열흘 새 원·위안 환율이 2.7% 가까이 뛴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위안화를 매입할 때 실제 적용되는 환율은 1위안 당 207원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 원화 값이 갑작스레 추락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결과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 중국에 거주하는 국내 기업 주재원의 실질 소득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주재원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매달 원화 기준으로 월급을 위안화로 환산해 중국 통장으로 받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송금 받아 생활하는 유학생 같은 단기 체류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베이징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A씨는 “주변을 살펴보면 한국서 발급받은 유학생 전용 체크카드를 통해 매달 생활비를 부모님에게 지원받는 친구들이 탄핵 문제로 환율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원화로 100만원을 송금 받으면 5200위안 정도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4800위안 남짓의 돈 밖에 쥐지 못하는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 혼란상이 계속 이어지면 환율이 어디로 튈지 불확실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회사의 베이징 단기 파견직 근로자 B씨도 “환율이 도대체 언제쯤에나 안정을 찾을지 불확실성 투성이라 어느 시점에 환전을 해야 손실이 적을지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입 하는 업자들은 환율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배송대행 사업을 하는 C씨는 요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 현지에 창고를 운영하는 그는 “당장 1년치 현지 창고비를 위안화로 내야 하는데 갑작스레 환율이 급등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직원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국제화물운송료도 환율 변화로 마진율까지 대폭 줄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국내 계엄·탄핵 정국 상황 소식이 중국 포털 바이두나 위챗·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면서 중국인 지인들에게 현재의 탄핵 정국 사태를 ‘해명’하는 일도 현지 교민들의 일상 생활이 됐다. 

최근 중국인 지인과 만난 한 주재원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말을 들었다"며 "공산당 체제인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논하고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끄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국가 신용등급 같은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우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교민은 "중국인 친구들로부터 '지금 한국에 여행을 가도 안전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국이 마치 후진국으로 추락한 듯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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