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개혁이 난항을 겪으며 시간이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의료계에 큰 혼란을 야기하며 의정 갈등이 다시 격랑 속에 빠져드는 모양새이다.
“전공의 등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복귀해야 하고 위반 시 처단한다”는 포고령에 의료계는 일제히 등을 돌렸다.계엄 사태 이후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는 모두 특위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
의료개혁 주무부처인 복지부 수장의 거취마저 불분명하다. 조규홍 장관 등 국무위원 전원은 계엄 사태 직후 한 총리에 사의를 표명한 상태이다. 최근 복지부 활동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의료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편성한 예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야당의 단독 감액안 통과 시도에 따라 일부 예산은 당초 구상만큼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게 됐다.
이대로 의정갈등이 해를 넘기면 전문의 등 의사 배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하는 레지던트 1년차 모집 마감일인 9일 오후까지도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지원자가 없거나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병원의 의료진 부족 및 의료공백은 내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이번 전공의 모집 실패가 의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환자와 국민은 이미 10개월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의사들은 의료 공백 사태가 정부의 무모하고 일방적인 의료 정책 강행 탓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료 개혁 추진은 의료계의 분노만 키운 셈이다.
정부는 계엄사태 이후에도 '의료개혁 완수'라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엄사태 이후 의정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의료개혁은 동력이 빠진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