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증시가 우울하다. 코스닥이 특히 심각하다. 이달 초 700선 회복을 바라봤던 지수는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지난 9일 627에 턱걸이했다. 종가 기준 630선 아래로 떨어진 건 4년 7개월 만이었다. 직전 사례는 코로나19 사태 초입이었던 2020년 4월 21일이었다.
지난 3일 밤 느닷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탄핵 정국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선 2거래일 하락을 주도한 건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였지만, 이후 개인들의 투매 양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개인들의 투매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개인들은 아무래도 정부 등의 개입으로 시장 안정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유관 기관이 시장에 개입할 때 관련 자금 집행이 코스닥보다 코스피 종목 위주로 집행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밸류업 펀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 위주로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은 현재 코스피 대형주나 우량주 위주로 선별돼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집행할 증안펀드도 변동성 높은 성장주 비중이 큰 코스닥보다 코스피를 향할 공산이 크다.
투자정보 제공 환경도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은 열위에 있다. 웬만큼 규모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코스닥 전망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지수가 4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이번 상황에도 그랬다면 앞으로도 이들이 코스닥에 더 주목할 이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개인투자자들도 이처럼 불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과거 코스닥이 하락할 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매도하는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로 받아내던 모습을 이제 보여 주지 않고 있다. 수급 주체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이 떠나고 있다는 건 나쁜 신호다.
앞서 코스피와 차별화된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있다고 하반기 초입에 지적한 적이 있다. '오를 땐 덜 오르고 내릴 땐 더 내리는' 현상 얘기다. 하반기 들어 미국 등 해외 증시 상승에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 안에서도 코스피보단 코스닥 수익률이 나빴다.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암호화폐 시세가 급등했고 코인 투자가 호황을 맞이했다. 최근 당국 승인을 받은 미국 신생 증권거래소 24 내셔널 익스체인지가 내년 하반기 '23시간 미국 주식 거래' 체제 가동을 예고했다. 이게 개인들에게 코스닥보다 더 유망한 투자처로 보일 수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가 필요하고 부채 의존적 금융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자본시장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빚내서 산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증시 투자로 자산 증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개인들에게 코스피 우량주 위주가 아니라 증시 전반의 성장을 통해 자산 증식이 가능하고 코스닥도 어려울 때 정부가 외면하지 않는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큰손 투자자나 민간 증권사들이 코스닥을 외면하더라도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