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는 그를 탄핵하고 정상적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정족수 미달로 폐기 처분됐다. 표결에 앞서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향후 임기와 국정을 당과 정부에 일임한다고 발표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 역시 위헌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불신감 속에 국민들의 원성은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 등으로 입건된 가운데 법무부로부터 사상 초유의 대통령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상태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자신이 15세의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1980년 당시 군부 독재 시절의 계엄령을 떠올렸다고 WSJ는 전했다. 이 대표는 이후 검정고시를 통해 입학한 대학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중 벌어진 비극을 전해 듣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헌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갑작스러운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이 대표가 망설임 없이 국회로 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회의를 소집하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시민들의 시위를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 도지사 재임 시절 청년 기본 소득 정책을 시행하며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나를 '한국의 트럼프'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그는 트럼프와 달리 자신을 극도로 정파적(hyperpartisan)으로 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현실주의자"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방증하듯 이 대표는 대북 및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실용주의적 노선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윤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계속 끌려 들어가는 걸 바라고 있다"고 평했다.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은 러시아가 한국에 레드라인(경계선)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종전를 약속한 것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감사할 수 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다른 이들이 어려워 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번 주 재추진을 선언한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의 합세를 촉구했다. 그는 "물이 수위를 넘으면 빠르게 넘친다"며 "사람들은 죽기보다는 함께 사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