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착수한 수사기관들이 저마다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 엇박자에 따른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9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검사 20명, 수사관 30명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군검찰과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계엄 사태 전 과정에 관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한발 앞서나가는 모습이다. 수사권 조정상으로는 내란 혐의는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검찰이 수사 가능한 직권남용죄 관련 사건으로 내란죄 역시 수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한 가지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모두 수사에 나서면서 상승 효과를 거두기보다 중복에 따른 엇박자를 내고 있다. 사건 초기 주요 인물 소환조사와 휴대전화·통화내역 확보 등으로 사실관계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내란 혐의 주요 피의자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고위 관계자 4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각 수사기관에 사전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급기야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소환 조사와 신병을 확보하고, 같은 날 경찰은 김 전 장관 주거지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검찰은 경찰 측에 합동수사를 제안했으나 경찰 측이 자신들이 수사 주체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한 상태다.
우종수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은 이날 “수사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수본은 내란죄 수사 주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가세했다. 마찬가지로 다수의 사건 고발을 접수한 공수처는 수사 영역에 제한을 받지 않고, 독립성이 보장된 자신들이 적임자라며 검찰과 경찰을 향해 비상계엄 선포 사건 이첩을 공식 요청했다. 현재 경찰과 검찰 모두 이첩 수용 대신 법리 검토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첩을 받지 못하더라도 공수처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수사할 것”이라며 “현재 검경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검경과 달리 독립성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검사가 15명에 불과해 수사력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받고 있다. 검찰은 법적조사권한의 한계, 윤 대통령과의 연관성 등이,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지휘부의 계엄 가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총리실 등 평시엔 수사권 조정을 해줄 상위기관의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로서는 상설특검이 통과될 때까지 이와 같은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내란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각 수사기관의 자료들을 넘겨받아 일괄 수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