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정부는 ‘한국방문의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방한 외래객 유치에 총력을 다했고, 출입국자 수도 꾸준히 늘었다. 관광업계 전반이 ‘성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회복과 성장 이면에는 대형 악재들이 존재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여행사들은 수십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까지 겹악재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관광업계 전반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①방한 외래객, 코로나19 이전 대비 94% 회복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 여행지로 등극했다. 한국관광공사의 10월 관광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방한객은 1374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4% 회복 중이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월별 방한 외래객 수가 처음으로 코로나19 이전의 100%가 넘는 회복률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방한 외래객 증가의 중심에는 ‘K-팝’, ‘K-콘텐츠’ 등 K-컬처가 있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 항공 공급이 원활해진 효과도 컸다. 지방공항에서도 활발하게 국제선을 띄우면서 각 지역으로 관광객이 유입됐다. 10월 한 달간 160만명이 방한한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올해 전체 방한 외래객은 1700만명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②‘2023~2024 한국 방문의 해’ 성료
③아웃바운드 97% 회복, 식을 줄 모르는 일본 여행 열기
국민 해외여행(아웃바운드)은 10월 한 달간 238만명을 기록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동월 대비 10.6% 늘었다. 올해 1~10월 국민의 2358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이는 2019년 동기 대비 97% 수준이다. 한국이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10월까지 720만명, 11월까지 795만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1년 내내 엔화가 900원 이하를 유지하면서 너도나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재 원·엔 환율이 930원 가까이 올라가고 중국이 신흥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여행 수요는 건재하다.
④중국 무비자로 인기 여행지로 부상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여행객의 인기 여행지로 꼽혔던 중국이 아성을 되찾고 있다. 11월 8일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 여권 소지자들에게 내년까지 무비자 중국 방문을 허용했다. 중국의 무비자 방문 허용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중국 여행의 걸림돌이었던 비자발급 비용과 절차적 어려움이 해소되자 업계에는 일본이나 동남아를 대체할 수 있는 여행지로 중국을 향하고 있다. 게다가 한·중 관계가 우호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중국인들의 방한 역시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10월까지 국가별 누적 방한객은 중국이 400만명으로 가장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이어 일본(263만명), 대만(124만명), 미국(112만명), 홍콩(47만명) 순이었다.
⑤전자여행허가제 한시 면제 내년까지 연장
정부가 68개국에 대한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적용 기한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한다. 더불어 중국과 동남아 등 6개국 단체관광객에 적용 중인 비자 발급 수수료도 내년 12월까지 면제한다. 이는 지난 26일 오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발표한 ‘관광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94% 수준까지 회복한 방한 관광 수요가 12월 초 또다시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관광 시장 조기 회복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 관광 분야 예산의 70%를 집행할 방침이다. 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무비자 제도 시범 운영도 검토해 내년 방한 외래객 1850만명, 여행 지출 40조원 목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⑥신규 호텔 대거 등장 ‘호텔 전성시대’
엔데믹 이후 국내 호텔가에 훈풍이 불어왔다. 국내 주요 관광지인 서울과 부산, 제주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북적이면서 신규 호텔 개관 소식도 이어졌다. 한국관광공사는 전라남도 해남의 최초 4성급 호텔 ‘해남126호텔’을 개장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5월 제주 이호테우에 ‘신라스테이 플러스’를 선보였고, 전주에 16번째 신라스테이를 오픈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L7 해운대’와 경남 김해에 ‘롯데호텔앤리조트 김해’를 열었다. 대명소노그룹도 부산 해운대에 ‘소노문 해운대’를 리뉴얼 오픈했다. 아코르 계열 호텔인 반얀그룹의 ‘카시아속초’와 반얀트리 그룹의 실속형 브랜드 ‘홈(HOMM)’의 ‘홈 마리나 속초’도 국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강남은 아코르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그랜드 머큐어’와 손잡고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강남’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전주 시티센터와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마곡도 운영을 시작했다. IHG 호텔앤리조트는 서울 중구에 ‘보코 서울 명동’을 열었다.
⑦강력한 메기 등장, 카지노업계 엇갈린 희비
올해 3월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 복합 리조트인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문을 열었다.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카지노와 호텔, 쇼핑, 공연장까지 말 그대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췄다. 리조트 공식 오픈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인스파이어 카지노와 복합 리조트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스파이어가 문을 연 뒤 카지노업계 모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카지노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내륙에 영업장을 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파라다이스는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제주에서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의 제주 드림타워복합리조트 카지노만이 중국인 방문객 증가에 따른 수혜를 누리며 실적 상승을 이뤘다.
⑧소규모·프리미엄으로 달라진 패키지여행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여행 스타일이 달라졌다. 여러 차례 쇼핑센터를 들르며 ‘여행사 중심’이었던 패키지여행이 자유시간을 보장하고 쇼핑을 줄이는 등 ‘여행객 중심’으로 바뀌었다. ‘대규모’보다는 ‘소규모’로, 적은 인원이 취향에 따라 떠나는 ‘개인화’가 빠르게 확산했다. 여행객들은 여행경비를 더 지불하더라도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노팁·노쇼핑·노옵션의 ‘프리미엄 여행’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어졌다. 여행사들은 저마다 프리미엄 패키지 브랜드를 강화했고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고객과 기업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패키지여행 시장을 구축한 셈이다.
⑨티메프 정산지연 사태
올해 7월 말 티몬과 위메프가 6~7월 소비자 결제 대금을 판매사에 지급하지 못하면서 대혼란이 발생했다. 여행업계도 이번 사태로 큰 피해를 봤다. 여행패키지 상품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 수천만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는 컸다. 여행업계 추산 티메프 사태 피해액만 1000억원대에 달했다. 이후 여행사들은 해당 비용을 손실 처리하면서 고스란히 적자로 떠안았다. 사태 발생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티메프는 정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여행업계에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⑩비상계엄으로 드리운 그림자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레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전 세계에서는 이를 심각한 위기 사태로 받아들이면서 한국은 한순간에 ‘여행 위험 국가’로 전락했다.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에서 한국을 위험 국가로 보고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주의를 당부했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 원‧엔화 환율은 930원대로 치솟았다. 계엄 사태 이후 관광업계에서는 국내 호텔 예약 취소분이 늘고 있으며, 취소 관련 문의도 증가했다. 한국 여행 검색자 수도 예전보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