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계엄·탄핵 정국 속 공직기강 해이 드러낸 통계청

2024-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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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법
 
"금일 보도 예정인 가계금융복지조사 보도자료는 수치 오류로 인해 보도계획을 변경하니 자료를 폐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다. 오전 8시30분 자료 배포, 10시 브리핑 개최 일정이었으나 9시14분께 돌연 보도자료 폐기와 브리핑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이미 회사에 일정 보고를 마친 기자단은 거세게 항의했다. 

통계청의 배경 설명을 들어보자. 지난해 장기요양보험료 산정 제도가 변경됐는데 산식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무자가 '0.9082%'를 '0.9082'로 잘못 입력했다는 것. '%'가 빠지면서 일부 보험료가 실제보다 100배 부풀려졌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지표 등 다른 지표에도 연달아 오류가 생겼다.

통계청의 해명에도 '오류로 인한 발표 연기'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매년 12월 초 발표되는 국가승인통계 중 '지정통계'다. 통계법은 통계 조작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통계의 공표 일자를 미리 정해두고, 이를 어길 때는 통계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급하게 만든 자료가 아니라 매해 시기를 정해 놓고 관리하는 자료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복무 기강 해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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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계가 그대로 공표됐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을 것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을 통한 재무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선정하고 주택자금 지원과 국가장학금 지원 등 각종 복지 정책 선정 기준도 정해진다. 국민들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복지 체계가 고장날 뻔한 셈이다. 

통계청의 신뢰 위기는 이번뿐 아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통계 조작 의혹으로 감사와 수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 빈발하는 오류에 그동안 발표한 통계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기자단 사이에서도 "이런 식이면 통계청 자료를 어떻게 믿느냐"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직 사회 기강이 흔들리면 정부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모든 공직자는 소임을 다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류를 수정한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오는 9일 발표될 예정이다. 당일 자료는 '믿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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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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