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갈아타기 한 달…대기업은 DB형으로, 개인투자자는 IRP로

2024-12-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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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전 시행 이후 은행에 1000억 순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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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 한 달 만에 주요 시중은행에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수익을 선호하는 대기업 직원은 확정급여형(DB)으로 몰린 반면 수익률을 좇는 개인 고객들은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택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10월 31일부터 11월 28일까지 실물이전을 통해 적립금이 954억원 늘었다. 4750억원이 증권사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했으나 5704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가입자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세부 유형별로는 자금 유입과 유출이 다소 엇갈렸다. 퇴직연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B형은 5대 은행 합산 2556억원이 전입되고 1092억원이 전출되면서 1462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금 액수가 정해져 있는 DB형은 오래 다닐 수 있는 대기업 호봉제 직원에게 유리하다"며 "이들이 금융기관 안정성을 더 중시해 은행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B형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근속연수로 곱한 값이 퇴직급여로 적용돼 월급여가 많고 임금 상승률이 높은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체 퇴직연금을 설계할 수 있는 대기업,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에 다닌다면 DB형이 적합할 수 있다.

반면 DC형은 1372억원 전입, 1478억원 전출로 106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IRP는 1776억원 전입, 2180억원 전출로 404억원 순유출됐다.

은행 관계자는 "IRP는 직접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 사이에 선호도가 높다"며 "공격적 투자 성향인 고객들이 은행에서 이탈해 증권사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직이 잦아지는 문화를 반영해 IRP로 가입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퇴직이나 이직 등으로 퇴직일시금을 수령한 사람은 IRP를 활용해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더라도 퇴직연금 가입기간을 유지하고 연장할 수 있다.

한편 5대 은행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한 달 새 1조7000억원가량 늘었다. 퇴직연금 합산 잔액은 10월 말 179조1077억원에서 지난달 28일 180조8028억원으로 1조6951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증감은 실물이전 외에도 신규 가입과 퇴직금 지급, 추가 납입이나 중도 인출, 주가 변동에 따른 펀드 평가손익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은행 관계자는 "매년 11~12월은 연간 퇴직연금 적립 중 70% 이상이 몰리는 시기"라며 "실물이전 서비스가 전체 적립금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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