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은 조사국은 11월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전망경로상에는 반도체 경기,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통상환경 등의 불확실성이 높으며 물가는 기업의 비용압력 확대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로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고 대(對)이란 강경책에 대한 반발로 중동 갈등이 심화할 경우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은 0.1%포인트 추가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급등과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다.
한은 조사국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와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으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격화할 경우 글로벌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로 금융 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추가 인하하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분기 이례적으로 높은 1.3%(전분기 대비 속보치)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 성장률이 -0.2%로 하락하고 3분기도 0.1%에 그친 점을 반영한 결과다.
앞서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 2.3% 이후 지난해 2월 2.4%, 5월 2.3%, 8월 2.2%, 11월 2.1%, 올해 5월 2.5%, 8월 2.4% 등으로 수정해왔다.
이번 한은 전망치 2.2%는 정부의 기존 전망치(2.6%)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2.5%보다 낮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 바클리, 씨티, HSBC, UBS(각 2.3%)보다 낮다. 골드만삭스(2.1%)보다는 높고 JP모건, 노무라(각 2.2%)와 같은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성장률 전망도 1.8%에 그쳤다.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걸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인상 등으로 국내 수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담긴 것이다.
한은은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주력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짐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당초 예상 2.1%보다 낮은 1.9%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에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 본격화 등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다소 낮아짐에 따라 1.8%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3%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낮췄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유가 하락,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2.9%) 이후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나타냈다. 9월(1.9%)부터는 1%대로 내렸고 10월에는 1.3%로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 물가는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가운데 환율상승, 공공요금의 인상압력 등이 상방요인으로, 유가하락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하반기 이후 목표수준 내외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