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에 대해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야권 내 불안 요소로 작용하는 가운데 민생을 겨냥한 정책 추진으로 정국 주도권을 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긴급 정책간담회'에서 "사실 선진국 중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며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늘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나라가 되기 위한 숙제였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은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규범을 뜻한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제화 논의가 이뤄졌으나, 여야 정쟁에 밀려 최종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월 국가 채무 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송언석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무너지게 돼 있다는 것을 잘 새겨듣고 국가 재정을 알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야당에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정부 측 참석자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재정준칙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재정 운영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아져 본연의 역할을 더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하고,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법제화라는 제도적 개혁이 시급하다"며 여당 주장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은 최근 한 대표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경제 정책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애초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여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여론을 의식한 듯 폐지 방침으로 끝내 선회했다. 한 대표는 최근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론에 이어 상법 개정안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야권 주장과 상반되는 노선을 걷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2년 유예를 관철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19일 발의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법적인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일률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