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공사비만 1조5000억원이 넘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맞붙었다. 현대건설은 건축계 노벨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을 담은 곡선 디자인을, 삼성물산은 세계적 건축회사인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내놓은 원형 주동 디자인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대결에 나섰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시공능력평가 1·2위 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나란히 도전장을 냈다.
디에이치 한강은 여성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하디드의 곡선미를 강조한 혁신적 설계를 적용한다. 곡선형 알루미늄 패널 8만8000장을 활용해 한강 물결과 남산 능선을 형상화한 곡선미를 구현, 독창적인 외관을 보여줄 계획이다.
모든 조합원이 한강과 남산, 용산공원 조망 등을 누릴 수 있는 최적의 구조도 선보인다. 단지 내 동수도 기존 51개 동에서 29개 동으로 크게 줄여 세대 간 간섭을 최소화하고, 45도 회전된 주동 배치로 개방감을 높인다. 중대형 평형인 1318가구에는 테라스 특화 평면도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공동주택 사상 최초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협업해 곡선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설계를 제안했다"며 "한강변 새로운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한강변 배치 4개 동에 층별로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의 원형 주동 디자인을 넣은 설계를 조합 측에 제안했다. 세계적인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유엔스튜디오와 손잡고 개발한 디자인으로, 정비 사업 최초로 특허도 출원했다.
전 조합원 한강 조망권 확보, 주변 경관에 따른 O자·X자·L자 등 독특한 형태의 주동 배치도 특징으로 내세웠다. 서울시청 광장보다 6배(1만2000여평) 큰 커뮤니티 시설과 한남지구 내 가장 높은 곳에서 한강·남산·용산공원을 볼 수 있는 스카이 커뮤니티, 입주민 생활 방식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가변형 구조 설계 등도 제시했다.
단지명은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했다. '널리 빛나고 번영한다'는 뜻과 단지가 들어서는 한남을 반영한 것이다.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한남4구역이 한남뉴타운 대표 단지가 될 수 있도록 심도 깊게 고민했다"면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완벽하고 차별화된 제안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주거 트렌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 16만㎡에 2331가구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총 1조5723억원에 달한다. 조합은 내년 1월 중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