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째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과 의대생·전공의 단체가 불참하면서 '여의정' 형태로 닻을 올렸다. 협의체는 첫 회의부터 12월 말을 성과 도출 기한으로 정하고 사직 전공의 복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을 '당근책'으로 제시하며 논의 속도를 올렸다.
협의체의 향후 성패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공의 단체 등 합류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초강경파'로서 의료 개혁에 부정적이었던 임현택 의협 회장이 전날 불신임안 투표 가결로 직을 상실한 만큼 협의체는 새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추가 설득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협의체는 이날 의사 단체로 참석한 대한의학회,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측 요구 사항인 △사직 전공의 복귀 △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전향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료계 일정을 고려해 전체회의를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소위원회는 매주 수요일에 정례화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한 참석자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사실상 한자리에 처음 모인 셈이니 서로 솔직하게 그간 상황을 전했다"며 "다수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 의협 비대위가 구성되면 언제든지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정은 유의미한 성과물을 마련하기 위해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체는 사실 당초 민주당이 먼저 발언했다"며 "민주당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 앞에서 정쟁은 잠시 멈추자"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협의체에 대해 "첫걸음을 일단 뗐고, 대화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리고 야당과 나머지 의료계도 조속히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한 대표 발언에 힘을 실었다.
여당 측 압박에도 민주당은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없는 협의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핵심 의제인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으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유튜브에서 "의료계 요구처럼 정원 논의 여지를 만들어줘야 진실성 있는 대화가 되는 것"이라며 "현재 이에 대한 정부·여당 측 의견 정리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