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고려아연 유상증자 계획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일부 사모운용사와 증권사는 이미 전량 매도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MBK연합) 측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한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발표 등으로 주가 등락이 심해지자 사모운용업계도 점차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사모운용사는 고려아연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고려아연이 담긴 롱쇼트펀드를 운용했던 한 사모 운용사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공개매수한 것과 관련해 MBK연합 측이 가처분 신청을 했을 때 법원이 이를 인정할 줄 알았다”며 “그때 미리 쇼트룰 쳐 손해를 봤다. 이후 현물을 매수해 쇼트 스퀴즈가 발생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모두 되팔았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MBK연합이 가처분 신청을 한 후 쇼트를 칠 계획이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그 후 주가는 상한가까지 가면서 수익률을 높였지만 결국 유상증자 소식에 피해를 봐 포지션을 줄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이후 하나의 '밈 주식'이 됐다”며 “벤치마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커져 현재는 전량 매도했다”고 부연했다
프롭 트레이딩(자기자본거래)을 하고 있는 증권사 역시 매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달 들어 증권사도 고려아연 주식 90억원어치가량을 순매도했다. 경영권 분쟁 당시부터 유상증자 직전까지 450억원어치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 전략으로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고려아연 측 ‘우군’으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15만8000주)를 모두 처분했다. 매각 시기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와 그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친분 때문에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측 우군으로 분류돼 왔다.
그 외 블루런벤처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고려아연 주요 우군 역시 지분 정리에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이 자충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기타 비상임이사인 현대차 측 인사가 유증 결의 이사회에 불참하자 주요 우군들이 고려아연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이르면 올해 말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7일 MBK연합 측이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이 열린다. 법조계는 인용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