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지방정부의 숨겨진 '그림자 부채', 이른바 음성부채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5년간 우리나라 돈으로 2000조원에 가까운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채무 부담을 던 지방정부가 앞으로 지역 경제 성장에 주력하도록 해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8일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중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회 제12차 회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인대가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6조 위안(약 1162조원) 증액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방정부 부채 한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2조 위안씩 3년에 걸쳐 증액된다.
이로써 중국이 향후 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위해 투입하는 재원은 10조 위안(약 1937조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아울러 판자촌 개조 사업에 대한 2조 위안 음성 부채는 2028년 이전이 아닌, 2029년 이후부터 정상적으로 상환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음성부채 잔액은 14조30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이번에 내놓은 세 가지 조치로 2028년 이전까지 지방정부가 해소해야 할 음성부채 총액은 2조3000억 위안으로 12조 위안 줄어들 예정이다.
이로써 지방정부가 매년 해결해야 할 음성부채 규모는 기존의 2조8600억 위안에서 4600억 위안으로 6분의1 수준으로 감소해 부채 상환 압박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란 부장은 "올 초부터 외부 환경 변화와 내수 부진 등 요인으로 경제 운영에 새로운 상황과 문제가 발생했다"며 "세수가 기대에 못 미치고, 토지 양도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음성부채를 해결하기 어려운 지역이 증가해 '바오레이((爆雷, 중대한 금융 부실 문제)' 리스크가 커졌다"고 이번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 해소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란포안 부장은 이번 재원 투입으로 부채 상환 부담을 던 지방정부가 앞으로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에 더 많은 재원을 사용할 수 있고 특히 투자, 소비, 기술혁신 등을 더 강력하게 지원해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경제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재정부는 향후 5년간 지방정부 부채 상환 이자 부담액이 약 6000억 위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중국 경제 성장률이 갈수록 둔화하면서 올해 5% 내외 성장률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6%를 기록하며, 올해 1분기 5.3%, 2분기 4.7%로 떨어진 데 이어 또다시 5%를 밑돌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말부터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비롯해 주식 및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뤄즈헝 아오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일 중국 재일재경일보를 통해 "이번에 부채 해소를 위한 패키지 정책이 발표되면서 지방정부 재정 압력이 줄고 채무상환 주기가 연장돼 지방정부 재정 지출도 서서히 늘어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