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관세맨(Tariff Man)의 귀환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2024-11-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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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7개 경합주 모두를 석권하면서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를 물리치고 2024 미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이에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트럼프 2기’ 시대가 본격 개막될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 1기 전반처럼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 됨으로써 최소한 2026년 중간선거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할 것으로 얘상된다.
 
통상에 관한 한 트럼프 2기 출범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세맨(tariff man)으로 불리는 트럼프 당선자가 여러 차례 수입 제품에 10% 이상의 보편 관세와 60%가 넘는 고율의 대중국 특별관세를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의 상품무역에서 흑자인 국가들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더욱 노심초사한다. 상품무역수지 흑자를 줄이지 않으면 미국과의 통상마찰이 격화되고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처럼 미국과 겨룰 정도의 몸집이 되면 어떻게 버텨 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러나 위기속에 기회가 있듯이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트럼프 2기 시대 부정적 영향은 대폭 축소될 수 있으며, 때론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트럼프 2기 시대에 윤석열 정부가 고심해야 할 통상 이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외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보편 관세는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에 똑같이 적용되므로 특별히 우리만 불리한 건 아니다. 다만 관세부과로 미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 우리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수출시장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편중된 수출시장 문제를 개선한다면 당장은 어렵지만 우리의 중장기 수출 체질은 크게 개선될 것이다.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무역 금융 등 정부 지원이 조화를 이룬다면 보편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대중국 고율의 특별관세는 그 영향이 복잡해 다양한 각도에서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중 관세부과에 따라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도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중간재 위주여서 중국이 이를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문은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대미 수출이 막힌 중국 제품이 국제시장에 나오게 되면 우리의 대세계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경합하던 부문은 대미 수출이 증가할 수 있어 유리하다. 어떤 효과가 클지 세밀히 검토하여 각각의 상황에 적합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세계적 우려 사항이 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관해 국제적으로 공동의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추진해 볼 만하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우리에겐 상반된 효과가 있다. 미국은 대중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 중심의 지정학적 공급망 형성을 구체화할 것이다. 이는 지정학적 공급망 내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기업 복귀 정책은 우리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이나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모든 자재를 조달해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기업이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우리 기업이 공급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와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공급망에서 막강한 중국의 영향력에 주의해야 한다. 미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서방이 필요로 하는 희토류와 핵심 광물 등 전략 자원의 약 65%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물론 미국도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렵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한 동맹국에 향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래저래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그 사이에서 우리의 입장 정립이 어려운 것은 변함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가 원하는 핵심 첨단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우리가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일이다. 흑자 축소를 위해 수출을 줄일 수는 없다. 그러니 천상 수입을 늘리거나 대미 투자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모두가 쉽지 않은 과제다. 어려운 문제는 정면 돌파가 최선일 수 있다. 마침 트럼프 당선자도 정상 간 빅딜(big deal)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를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득실을 냉철히 판단해 내줄 카드와 얻을 카드를 준비해 협상에 임한다면 주고받기 거래로 예상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가 이번 임기를 끝으로 더 이상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점과 2026년 말 중간선거에서 의회 구성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대책은 2025년과 2026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의 통상을 고부가가치 서비스 무역과 투자 중심으로 바꿔 미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으로부터의 상품무역수지 흑자 축소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물론 각계각층이 대책 마련에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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