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트럼프 2기 리스크 한국 농업도 예외 아니다

2024-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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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미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까지의 경합주 여론조사는 트럼프 후보나 해리스 후보 모두가 1% 이내 박빙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막판까지 과연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지 예상하기 무척 어렵다. 박빙의 대결에서 트럼프 후보가 유리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숨은 표 때문이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나타난 트럼프 후보의 숨은 표는 대략 2% 안팎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박빙의 경합이 계속된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해리스 후보의 숨은 표도 있을 수 있다. 해리스 후보가 여성이면서 유색인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표심도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워 승패 예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선거자금은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막판에 천문학적 규모의 선거자금이 경합주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어 부동층의 표심을 끌어온다면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는 주에서 해리스 후보의 역전 드라마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결국 미 대선 결과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여성 대통령 후보에 대한 미국 사회의 편견(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 진 이유 중 하나임)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아무래도 이번에는 트럼프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그런데 이러한 철저한 대비에는 한국의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 증가 가능성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 때문이다. 하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상품무역에서 흑자국을 대상으로 흑자 폭 축소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흑자 폭 감소를 위해서는 미국 상품의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고 여기에 농산물은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표 상품이다(미국은 세계 제1의 농산물 수출국이다). 따라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대중 관계가 매끄럽지 않을 것이고, 1기 때처럼 상호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관세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나라와 일본이 엉뚱하게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1기 때처럼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여 미국에 맞설 것이다. 실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관세전쟁으로 미국 농산물의 대중 수출은 1년 사이에 50% 이상 급락했다(2017년 196억 달러에서 2018년 약 92억 달러로 52.7% 급감). 특히 콩 수출은 같은 기간 122억 달러에서 31억 달러로 74% 넘게 감소하였다(이에 미국 곡물 농가가 큰 피해를 보았고, 트럼프 정부는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여 곡물 농가의 불만을 잠재웠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미국은 중국을 대체할 농산물 수출시장으로 일본이나 우리나라를 염두에 둘 수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5위와 6위 농산물 수출시장으로 적절한 구매력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이 어렵다고 하는데 동맹으로서 못 본 채 고개를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미-중 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우리나라와 일본이 중국을 대체할 수출시장으로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미-중 관계의 악화로 미국 중심의 배타적 공급망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참여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스럽게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껄끄러워질 수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반도체만이 아니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은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의 제1위 시장이기도 하다. 한류 확산을 기회로 모처럼 농산물 수출의 배가를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지정학적 영향에 따른 대중 농산물 수출 감소 가능성은 우리 농식품 업계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효과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상대가 무역수지를 강조하니 우리도 미국과의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를 제시하며 필요 이상의 수입은 어렵다고 강조해야 한다(2021~23년 평균 우리나라의 대미 농산물 수출은 약 17억 달러이고 수입은 그 6배가 넘는 103억 달러이다). 수입이 불가피하다면 곡물과 같이 국내 공급이 수요에 부족해 어차피 수입이 필요한 품목을 중심으로 검토하되 수입국 간 대체를 이용하여 총수입이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옥수수 등의 사료곡물은 전체 수입량을 유지하되 미국산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 등 유사한 상황에 놓인 국가와의 협력은 항상 유효한 전략이다. 다른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인 백악관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활용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통령 설득에 성공하면 여러 복잡한 단계의 실무 검토를 건너뛰어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회의를 포함해 잦은 정상 간 접촉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놓인 글로벌 통상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지혜와 협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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